기문아 졸업 축하해
미팅을 하고 버스를 알아보니 1시간 10분이 걸리는데 택시로 보니 20분이다. 카카오 택시 맵을 열고 몇 번의 터치를 하고 기다린다.
2분이 채 되었을까. 택시가 도착하여 내 앞에 멈춘다. 탄다. 편리하다. 어디에 있다고 설명할 필요도, 어디 가자고 말할 필요도, 카드를 꺼내 결재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계속 복잡을 향해 달려가지만 결국은 단순함이 그 궁극일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학위증서가 도착해 있었다. 학위증서 보다 학업 우등상이 더 좋았다. 결과보다 그 과정을 칭찬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문아, 졸업 축하해~” 코로나 19로 졸업이 예정보다 빨리 이렇게 단순히 끝났다.
시가 생각났다. 이병율 시인의 시집이었는데 그 시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 넉넉한 쓸씀함’. 시집을 꺼내 읽어 본다.
이 넉넉한 쓸씀함. 이병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중략]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졸업, 이 넉넉한 쓸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