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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May 07. 2020

숨바꼭질

5월은 어린이달

속이 얹힌 모양으로 더부룩하여 20년 단골 한의원을 찾았다. 수원 영통에 있는 해피 한의원. 이럴 땐 배에다 대침 한방이면 된다. 약 10cm짜리 대침이 거의 다 들어간다. 작은 침과 달리 대침은 내 위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다. 한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쉬이 맞을 건 아니다.


한의원이 있는 4층에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이어진 복도 코너를 도는데 5살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코너에 몸을 숨기고 앉아 엘리베이터 쪽을 바로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지나 화장실 쪽을 바라보는 모양이다. 아마도 엄마가 화장실 간 모양. 그쪽을 보니 엄마로 보이는 30대 후반의 여자가 두리번거리고 있다. 아들을 찾는 모양.


그런데 여자는 웃음을 머금고 있다.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지. 모르는 척 복도 위쪽과 반대쪽을 두리번두리번. 아들은 쪼그리고 앉아 웃음을 참으며 재미있어하고 있다. 엄마는 아들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들만을 위한 사랑의 시간을 말이다.


뻔한 숨바꼭질. 그러나 숨바꼭질에는 중요한 것이 바탕이 되어있다. 찾을 것이라는 믿음.


모자의 숨바꼭질로 복도에는 따뜻함이 흐르고 내 얼굴엔 미소가 흐른다. 나도 한때 열심히 놀아 주었지ㅎㅎㅎ 체기가 내려간 느낌이다.


<5월은 어린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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