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May 12. 2020

협상에 임하는 자세

교통사고 합의 시 참고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 다들 비슷한 경험은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은 교통사고 발생에 따른 보상 합의에 대한 협상의 기록이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한 자기를 둘러싼 환경과 타협하며 상황과 절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막무가내와 독불장군, 유행도 지났고 촌스럽게 된 지 좀 됐다.


결론은 마지막에 정리해 놓았다. 바로 끝부분으로 가도 좋을 것이다.


[사건 개요 : 생략]


보상금 합의 건으로 보험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가 몇 차례 통화를 했는데, 아내가 밀린다. 아내가 sos를 청했다. 아내를 대신하여 내가 나섰다.

 

1차 통화 : 5월 6일 보험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한 시간 후 전화가 왔다. 이것도 전략인가?


보험사 : 접수한 치료비 중에서 일부는 보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 따라서 보상 가능한 치료비는 xxx,080원이며 합의보상금 포함하여 총 x, xxx,680원이 지급 가능하다. 차선 변경 시 부주의로 인한 단순 과실 사고다. 렌터카 운전자는 중국인이며, 국내인이 아니라서 운전자를 특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다. 아직 렌터카 회사에서 보험 접수를 하지 않고 있고, 사고 처리가 장기화되고 있으므로 해서 우선 피해보상을 위해 보험사에서 선 처리하여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기문 : (톤은 높이며 화가 난 목소리를 견지하되 경어를 쓰면서 말한다.) 누구 아빠다.

1. (사고 내용에 대해 나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 범죄 냄새가 난다. 사고 처리가 늦어져서 사고 나고 한 달쯤 지나 담당 경찰관과 사고내용에 대해 통화한 적이 있는데 종합해 보면 칼치기 같고, 도주했으니 뺑소니 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어도 사고가 나고 렌터카로 연락이 바로 갔는데 운전자를 특정하는데 몇 달씩 늦어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 (보험사가 말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린다) : 이렇게 늦어진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혹시 렌터카 회사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시간을 벌기 위해 고의적으로 시간을 늦추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3.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시킨다) : 사고 나고 4개월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렌터카가 보험 접수를 안 했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보험을 당연히 들었을 텐데 그렇다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거나 다른 중대 사고가 아닌 이상 이렇게 느리게 진행될 이유가 없다. 아니라면 렌터카 회사가 대기업이라 갑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4. (제시한 금액이 표준적이거나 합리적이란 틀을 깬다) : 사고 차제에 대해 보면 아들은 버스에서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뒤에서 박은 사고로 버스 뒤의 전체 창문이 깨어지면서 파편이 튀고 아들이 앞으로 튕기어 나갔다.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일괄적인 보상기준 적용은 합리적이 아니다. 앞자리 중간자리 뒷자리 승객과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5.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력을 높인다) : 만약 이번에 합의하면 향후 몸에 이상이 와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합의를 하자고 하는데 그러면 얘기한 금액으로는 더더욱 어렵다. 아내가 예전에 사고 나서 빨리 합의했다가 지금도 한 번씩 원인 모르게 두통 때문에 고생한다. 아무래도 그때 사고 후유증으로 보인다.


6. (생각지도 못한 측면도 고려한다) : 그리고 이제 대학생인데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 보여주는 성인들의 행태가 앞으로 살아가는 아들에게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도 내가 화가 나는 부분이다. 사고는 날 수 있는 것인데, 뒤처리가 이게 뭔가. 말이 안 된다. 사고 나면 일단 발뺌하고 시간 끌고, 이게 말이 되는가.

 

7. (마지막으로 요구사항을 정확히 인지시킨다) : 물리적 정신적으로 그리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치료를 감안하면 얘기한 금액으로는 합의 어렵다. 문제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최소 x백만 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 (만만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긴다) : 그리고 지금부터 얘기하는 것은 순전히 내 짐작이다. 아마도 사고 낸 중국인이라고 얘기한 사람은 고객이 아닐 것이다. 중국인. 중국인. 이라고 계속 표현하는 것으로 봐서 그렇다. 렌터카 회사에서 고용한 파트타임 직원이거나 알바가 아닐까 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렌트했다면 그렇게 급하게 무리하게 운전할 이유가 없다. 나도 외국 가서 렌트해 봤는데 더 조심하게 된다. 내 짐작으로는 렌터카 차량 손님에게서 차를 회수해서 빨리 반납하려고 회사 차고지로 가려다 사고 냈을 것 같다. 아니라면 그렇게 렌터카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단순하게 렌트한 고객이 운전하다가 사고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9. (데드라인을 제시한다) : 아무튼 논의해 보고 내 요구에 대해 금요일 오후 6시까지 연락을 줘라. 내 요구 수용하기 어려우면 어렵다고 하면 된다. 수용 어렵다면 나는 합의할 수 없고 나는 다음 절차 밟도록 하겠다. 심플하다.

 

10. (대화 상대를 명확히 하고, 데드라인을 상기시킨다.) : 성함이 어떻게 되는가? 알았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 능력을 보여달라. 5월 8일 금요일 오후 6시까지다. 이만 끊는다.


2차 통화 : 5월 8일 금요일 오전 10시 11분에 전화가 온다.


보험사 : 내부 검토했는데 요구 금액 전액을 수용하긴 힘들다. 팀장 권한을 할 수 있는 최대한 맞추려고 했다. x, xxx,450원. 이 금액도 결재받는데 너무 힘들었다. 더 이상 절대 안 된다.


이기문 : 수고했다. 그러나 내가 요구한 금액은 아직 아니다. 내가 요구한 금액은 마지노 선이다. 사람에게는 나름 어떤 심리적 한계선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나의 한계선은 x백만 원이다. 그 이하는 안 된다. 팀장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본부장도 있을 것이다. 고생했지만 좀 더 노력해달라. 오늘 오후까지 확답을 주면 좋지만 늦어도 다음 주 월요일까지 연락을 해라. 안되면 안 된다고 알려주면 된다. 간단하다.


3차 통화 : 5월 8일 금요일 오후 4시 15분에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고 한 시간 후 전화를 내가 한다.


보험사 : 요구사항을 수용한다. 문자를 보낼 테니 동의한다고 답문자를 주라.

이기문 : 알겠다. 수고 많았다.



결론. 협상 시에 참고할 만한 사항 정리한다. 만약, 반대편 입장이라면 반대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1. 숫자는 스스로 말을 한다. 보통 제시 금액은 금액의 끝자리까지 포함한다. 왜냐면 그렇게 하면 무슨 합리적이고 표준적인 계산근거에 의해 나온 숫자라고 짐작해 바꾸기는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무시하라.


2. 표준양식이라고, 표준 조건이라고 한다. 담당자 개인이 바꿀 수 있는 조건이 아니고 정해진 것이라서 누구도 바꾸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어서 그냥 수용하게 만든다. 무시하라.


3. 상대방의 이름과 직위를 묻고 기억하며 통화할 때 불러주어라. 그래야, 실행력과 책임감이 높아진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라는 전략이다.


4. 데드라인을 정해 주어라. 모호하게 말하지 말고 정확한 일자와 정확힌 시간을 정하라. 사람은 정해진 데드라이인이 명학하면 그에 맞게 움직인다.


5. 마지막 순간, 상대는 요구금액을 바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는 프로다. 바로 수용하면 내가 너무 낮게 불렀나 하고 후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시간적 공간을 두게 마련이다. 버텨라.


옆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내가 말했다. “내가 보험사와 통화할 때 많이 속상했는데, 속이 다 시원하네. 여보, 고마워요~”


아들은 친구 만나러 나갔고, 요구한 금액은 입금되었다. 아내 통장으로.


<아내가 진짜 고수>

매거진의 이전글 숨바꼭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