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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23. 2015

어머니

그 높은 이름

서울 근처에 있는 잘 한다는 병원으로 멀리 시골에서 모친이 올라오셨다.  40대 후반 아들은 기쁜 마음으로 마중을 나간다.

치료를 마치신 모친께 한우 사드렸다. 모친, 잘 드신다. 나도 덩달아 맛있게 먹었다. 극구 사양하시던 모친, 안 사드렸으면 서운할 뻔했다.


서울역으로 모시고 배웅을 간다. 길이 막힌다. 가는 내내 맘이 쓰이시는 모양이다. 암만 마음 편하게  드려도 그게 그렇지 않은 모양. 도로, 실로 많이 막힌다. 서울,    된다.

서울역 주차장에 도착 부랴부랴 대합실로 갔다.  사는 ,  엄청 길다. 맨날  모양이다. 왼쪽으로 눈을 돌렸다. IT강국 아니던가. 자동판매기.

자동판매기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와중에 모친,  주머니에 기차표  캐시로 쑤셔 넣어 주신다. 8 남짓 남았다. 어무이~  이카십니꺼~ 하지만 화면의 예매 절차가 다급하다. 시간이 없다.

이때 ‘칼의 노래  장면이 ‘명량 투영되며 떠오른 구절. ‘안위야, 정녕 네가 죽고 싶은 게냐? 싸움이 급하니 공을 세워 목숨을 구하라!’ 전세가 다급한 이순신이 올린 초요기에도 두려움이 앞서 움직이지 못했던 안위에게 호령하던 대목이 오버랩되었다. 뭐여 이건, 구국의 일념으로 이순신 장군의 마음으로  끊는데 집중했다.

성공, 모친과 같이 바쁘게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다고 칠순 넘은 모친을 데리고  수는 없는 노릇.  , 입장권, 이런 대목에 이게  생각나냐. 무시했다. 다행히도 승차. 아직 4 남았다. 자리를 찾아드리고 활짝 웃으며 내렸다. 뭔가를  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스친다.

대합실을 향해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오는데 오른쪽 주머니에 뭔가 잡힌다. 아뿔싸. 이런 불효가 있나. 뛰었다. 열차 내로 다시 진입 모친 자리로 달려가서  돈을 돌려 드렸다. 다시 찾아든  느낌. 뿌듯하다.

모친, 당황하셨지만 흐뭇해하신다. 안심이다. 다시 기차를 떠나 계단으로 가는 찰나, 누군가 심히  이름을 부른다. 돌아보았다. 모친이다. 나를 보더니  돈을 냅다 플랫폼에 던지시고 눈빛  자락 보이시며 자리로 돌아가신다. , 이놈  아들아~~~  눈빛. 웃으며 울지 않을  없었다.

때마침 옆에서 전모를 보고 있던 오십 대의 차장. 나를 보고 웃으신다. 마주 웃었다.  순간 차장이 시계를 본다. 나도 따라 본다. 출발 1 남았다. 시간상 열차 내로 다시  수가 없다. 다급히 13호차 창가로 달렸다. 오후의 햇살로 차장이 흐릿하다.  햇살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다. 차장 밖으로 나를 보고 있는 헤맑은 웃음의 주름지신 얼굴이.

 눈에 눈물이 고인다. 손을 차창 가에 대었다. 모친이   너머에 손바닥을 마주한다. 그리고 활짝 웃는다. 서로 웃음과 눈물이 번진다. 영화가 따로 없다. 손을 내리며 슬쩍 아까  차장을 보았다. 승차하며 웃고 있었다.  세상이 웃고 있었다.  순간, 우주는 나를 향해 활짝 웃어 주었다.

효도가 아니다. 71년을  땅에서 살아내신  여자에 대한 예의다. 인간에 대한 예의다. 효라는 이름은 왠지 약하다. 그녀를 무한히 사랑하는  남자가 울다 웃는다.  많은 세월을 넘어선 이에 대한, 천박하고 간사한 인간 세상을 무사히 건너오신  여인에 대한 예의, 바로 그것에 대해 40 후반의 아들은 울다 웃는다.


<어머니, 그 높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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