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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Oct 08. 2015

그때 그돈은 어디 갔을까

아버지 - 에필로그

내글을 읽은 친구가 물었다. 근데 그때 돈은 어디 갔을까?

생각치도 않았던 행운에 겨운 형제는 새로산 장난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형의 친구는 마냥 부러워 집앞까지 따라왔고 얼쩡대다가 돌아갔다. 그러나 나중에 안 사실은 그때 그가 아직 집근처를 맴돌고 있었던 것이었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나는 그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벌써 없어진 돈이 그곳에 있을리 없었다.

그 형에 관한 또 다른 기억이 있다. 당시의 학교 체육모자는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다. 야구모자 형태였는데 옆이나 뒤쪽에 유성매직펜이나 바늘과 실로 이름을 새겼다. 어머니는 더러워진 모자를 어느날 세탁을 해서 마당 빨랫줄에 널었다. 저녁무렵 빨래를 걷던 어머니는 없어진 모자에 당황했고 아쩔수 없이 다시 사주었다.

몇주가 지나 그 형과 그의 어머니가 우리집에 놀러 왔다. 평소 손버릇이 좋지 않던 터라 어머니는 그 형의 모자를 유심히 보았는데 그 형의 새긴 이름아래 희미한 우리형의 이름자욱을 보았다.

훔친 모자의 이름을 뜯어내고 다시 그자리에 그 형의 이름을 그의 어머니가 새긴 것이었다. 한바탕 싸움이 일었다. 끝내 자기 아들 것이라고 막무가내로 우기고 돌아가 버렸다. 왜 그 모자를 쓰고 왔을까? 부주의 했을까, 일상이었을까, 대담했을까?

50대의 그의 소식을 형으로 부터 들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그는 결혼했으나 지금은 이혼하고 혼자라고 했다. 사기와 도둑질로 감옥을 수차례 드나 들었다고 했다.

그때 그의 어머니는 훔쳐온 모자에 아들 이름을 새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도 사랑이었을까? 홈쳐온 모자를 보고 야단과 함께 돌려주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에서 배운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이 사실인거 같다.


<뒷모습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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