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문의 종말
교대역에 도착했다. 출구로 올라오니 바로 앞에 로또 판매점이 보인다. 시계를 본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 그래, 평생에 한번 로또 1등 된 기분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욕망이 샘 쏟는다.
이번 주는 바로 당신입니다.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그래, 이번 주는 바로 나라고 속으로 외쳐본다. 한 명이 먼저 로또를 사고 있다.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흠. 6등 당첨 복권을 몇 장 바꾸고 가진 현금을 세어서 주며 복권을 추가로 더 산다.
현금을 세는데 내가 나서서 세어주고 싶다. 5천 원짜리 한 장 그리고 천 원짜리 13장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또박또박 세고 있다. 1만 8천 원. 이 계산 과정을 뒤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기다림은 인내다.
기다리며 가판대에 둘러본다. 종이 신문, 오랜만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있고 한국경제와 매일경제가 있다. 그런데 1면 톱 제목이 다 똑같다. 신기하네. 신기해.
"2분기 한국경제성장률 -3.3%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저" 나라가 큰일 난 것 같다. 왠지 우리나라 망했으면 하는 것 같다. 최소 그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약속 장소로 천천히 걸어가며 스마트폰으로 서치 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말이다. 어라. 일본-8.5%, 미국 -9.9%, 독일 -10.1%, 프랑스 -14%, 영국-18%. 뭐야. 우리나라 1등인데. 이 와중에 선방하고 있네. 선방.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 종이 신문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기다리면 더 줄어들겠지. 그러면 일본 신문 같은 한국 신문들도 사라질까? 기다림은 인내.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든가.
기다리며 산 로또, 1등이나 돼라.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