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Aug 18. 2020

깨달음

단식의 즐거움

눈을 떴다. 감았던 눈을 떠는데 눈이 확 커진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정리가 되면서 공중으로 붕 떠 오르는 느낌. 상쾌하다고 할까. 짜릿하다고 할까. 내가 왜 이러지 하는 느낌이 잠시 들었으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 올랐다. 마약 한 거 아니다.


밖으로 나갔다.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11월 이어서 새벽에는 바람이 쌀쌀했지만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은 벅차오르며 기분은 상쾌하여 날아갈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이게 소위 다이돌핀의 효과인 걸까.


다이돌핀. 엔톨핀의 4천 배 효과가 있다는 신비의 물질. 아직 약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인체에서 발생하는 호르몬. 큰 감동을 받을 때, 큰 사랑을 느낄 때. 그리고 지금처럼 깨달음을 얻었을 때 몸속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천연 무료 뽕인 거지.


산책길을 걸었다. 바람이 살랑이며 기분 좋게 얼굴을 스친다. 날도 웬만큼 밝아 길이 눈에 잘 들어온다. 운동화를 신었지만 신발을 신지 않은 듯 가볍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다. 맑은 가을 하늘이 내 마음 같다.


단식 4일 차, 새벽에 깨달은 것을 홀로 걸으며 되새긴다. 기쁘다. 참으로 기쁘다. 행복하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그래,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살자.


돌아와 찾아보았다. 이 깨달음이 내가 최초가 아닐까? 그런데 젠장. 젠장.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깨달아 버렸다. 그중 영국의 극작가는 내 깨달음과 워딩까지 똑같다. 때가 2013년이니 정확히 413년 전에 말이다.


그래도 웃음이 난다. 그는 그. 나는 나. 세상에 천리마는 많지만 그걸 알아보는 게 장땡이지. 그래야 쓸모가 있는 거잖아. 그래. 아무렴 어떠랴. 이 순간만큼, 나는 깨달음을 얻은 자이다. 삶에 적용하면서 갈고닦는 일만 남았다. 돈오점수라던가. 그 깨달음은 이러하다


세상에는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 다만 내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Nothing is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 William Shakespeare.


<깨달음>

PS. 단식에 관심 있는 분은 첨부 파일 참고하시라. 내가 하고 있는 단식이다. 혹시 아는가 그대도 깨달음을 얻을지.


작가의 이전글 기다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