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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15. 2020

어떤 대화

눈으로 말하기

문자가 왔다. 건강검진 대변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내원하여 상담하라고 했다. 아내는 걱정을 했고 바로 다음날 병원을 가서 의사와 상담을 했다.


모니터 화면에 적힌 숫자를 가리켰다. 대장내시경을 하자고 했다. 그러기로 했다. 일정을 잡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 건강검진센터 대기실로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들어오며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본다. 마스크로 가렸지만 눈이 말을 하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다 알아듣겠다.


"너, 누구냠? 왜 거기 앉아 거임? 건강검진 대상자도 아닌데 말임. 외래진료는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하는 거임"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해야지. 마스크를 쓴 체 나도 눈으로 말한다.


"나, 대장내시경 상담하고 의사의 지시로 여기 온 거임. 여기서 기다리라고 해서 있는 거임. 그런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임?"


그러자 그 간호사가 눈으로 다시 말했다. "알았음. 잠깐 기다려 보삼. 담당 간호사에게 확인하고 알려줄 거임"


잠시 나갔다 돌아오면서 말했다. 말로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시면  담당 간호사가 안내해 거예요. 근데 지난주 아들하고 같이 건강검진 오신  맞죠?"


눈으로 말했다. "네, 맞아요"


<대화는 말로만 하는 것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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