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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19. 2020

참지 못하는 사회 또는 사람

안 팔아~

뚜레쥬르. 애들에게 샐러드를 사다 주려고 들렀다. 샐러드에다가 토마토 삶은 계란 닭가슴살까지 곁들여져 있다. 샐러드가 아닌게야.


상품을 골라 계산대로 가려다 잠시 계산대를 본다. 3명의 손님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다. 때가 때인지라. 거. 리. 두. 기. 잠. 시. 대. 기.


그렇게 2명의 손님이 계산을 마치자, 계산대로 가서 순서를 기다린다. 마지막 1명이 계산을 마치며 빵을 봉투에 담는다.


자. 이제 내 차례. 이때다. '스윽'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내 앞으로 들어오며 빵을 하나 슬그머니 계산대에 놓는다.


점원이 그에게 "뒤에 손님이 먼저 오셨습니다. 순서대로 계산할게요" 한다.


그 남자, 나를 보더니 자기는 하나라고 했다. 빵 하나만을 산다는 것이 먼저 계산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


급해서라거나 죄송합니다 라고 했더라면 태평양 같은 내 마음은 순순히 그러라고 했을 터.


들고 있는 2개의 샐러드를 보고 고개를 들어 그를 다시 본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는다. 거절이란 뜻이지.


가만히 있는 나를 보자 그는 빵을 다시 줍더니 내 뒤로 가면서 신경질적인 말투로. "그럼 먼저 계산하세요" 한다. 자기 권리를 빼앗긴 것 같다.


점원이 계산하며 묻는다. "적립하시겠습니까?"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있는데 뒤의 남자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 마디 말과 함께 빵을 진열대에 던지더니 횡 하니 나간다.


가게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말하면서. "AC. 안 싸. 안 싸."


기다리지 못하는, 참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도 한마디 한다.


<안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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