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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l 16. 2021

진짜 행복은 슬프다

영국에선 와인, 한국에선 막걸리가 행복

점심을 인근 사무실에서 몇몇이 같이 먹었다. 어찌하다 보니 막걸리가 돌았고, 서로 인생 얘기하다 인생에서 슬픈  장면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얘기를 하다 그만 내가 울고 말았다. 이건 나이 탓이 아니다. 호르몬 탓이다. 아니다. 막걸리 때문이다. 행복을 부르는 . . .


때는 2015년. 회사를 맛있게 말아먹고 절망하던 그때. 그래. 여행을 떠나자. 여행은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했던가. 시간은 갑자기 많이 생긴 것 같고. 음. 돈이 문제구나. 차를 팔자.


그렇게 마련한 여행경비. 갑자기 가게 된 가족여행. 인생이 그런 거지. 행선지는 영국 하고도 스와니지(Swanage). 카톡 프사 바탕화면을 10년째 차지하고 있는 그곳. 그래 가자 가자. [스와니지 : 영국 남동부 해안에 있는 시골의 조그만 바닷가 휴양지로 백조들이 많이 온다고 하여 이름이 그런 거임]


폴과 리사와의 상봉. 17년 만이던가. 1997년 대우를 그만두고 떠난 1년 유럽 배낭여행. 영국에서 그만 IMF 맞아, 미리 달러로 모두 환전하지 않을 것을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계획 대비 부족한 경비. 해서 어찌어찌 호텔에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그 호텔의 주인 부부가 폴과 리사였던 것.


청소를 시작으로 마음에 들었던지 호텔 식당 웨이터로 승진까지 하며 여행경비를 모으기까지 몇 개월이 더 걸렸다. 회자정리. 호텔 직원들과 같이 송별 파티를 마련해준 폴. 마시던 와인이 떨어졌다며 잠시 나갔다가 한 손에는 와인을 다른 한 손에는 파운드 한 뭉치를 들고 들어와서 나에게 건넨다.


"Paul, what is this?" [폴, 이거 머임?]

"It's all yours, James. I have kept all tips paid by cards and made them cash yesterday. It's all yours" [제임스, 이거 다 니 꺼임. 손님들이 카드로 결제한 니 팁들인데 모아뒀다가 어제 다 현금을 바꾼 거임]

"Paul, What a surprise. This tears are from too much wine. I will be back one day" [폴, 아 깜짝. 이 눈물은 넘 많이 마신 와인 때문이야. 언젠가 내 꼭 돌아올 거임]


그렇게 17년 전 약속을 지켰다. 시간은 흘러 헤어질 시간. 부른 택시가 도착하고 모두는 석별을 정을 나누는데 차례로 포옹을 하고 택시를 타려고 할 때다. 나의 착깍 이었을까. 달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저녁과 같이 먹은 와인 때문이었을까. 폴의 얼굴에서 눈물을 본 것은.


그때다. 폴이 갑자기 뒤돌아 서더니 허리를 굽힌다. 그리고 엉덩이로 덩실덩실 춤을 추듯 흔든다. Good bye James. Good bye James. 웃으며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살아서 다시 볼 수 있을까.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며 슬픔에 잠겨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슬픈데 행복했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영국에선 와인이 행복이었다면 한국에선 막걸리가 내 행복이다. 난 그렇다.


<진짜 행복은 원래 슬프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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