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Sep 09. 2020

가을 편지

소중한 기억

오늘은 음력으로 7월 22일. 어머니 생신이다. 출근길에 고향에 전화를 했다. 오랜 신호 끝에 받으신 어머니. 여보세요 하는 말에 "우리 아들이구나" 하신다. 벌써 가슴이 따뜻해진다. 미역국은 드셨나는 말에 "우리 아들 요즘 힘들어 우짜노" 하신다. 코끝이 찡해 온다.


군대 있을 때 보내온 어머니의 편지가 생각난다. 1991년 이맘때 일 것이다. 내용은 '아들 잘 있나, 나는 잘 있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봉투에 삐뜰삐틀 볼펜으로 눌러선 강원도 부대 주소와 내 이름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살아오면서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다. 잃은 것 중에서 제일 안타까운 게 이 편지가 아닐까 한다. 결국 내 마음속에만 남아 있는 편지. 그래도 이 소중한 기억만은 나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물건이나 기억은 기나긴 힘든 인생행로에 하나의 등불이자 힘이 될 것인데, 내겐 그 편지에 대한 기억이 그것이다. 눈물 나게 따뜻한 내 어머니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열흘 후면 군대 가는 첫째. 아내에게 손편지 쓰라고 해야겠다. 가을편지가 될 것이다.


<가을 편지>


매거진의 이전글 명의 명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