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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Dec 12. 2020

집중 그리고 선택

정의와 불의 사이에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손님이 왔다. 집을 두 군데 보고 돌아와서 갑자기 불평을 쏟아낸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집값이 올라가니 어떻게 살겠냐고 한다. 일단 맞장구를 친다. 그러자 나의 동의에 기분이 업이 되었는지 수위를 높인다.


"이번 정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완전히 미친 것 같아요. 집 없는 사람, 집 못 사게 하고, 집 가진 사람 세금으로 왕창 뜯어가고. 이게 말이 됩니까?"


안 되겠다. 계속 장단을 맞추면 이분의 기분은 좋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기분이 더러워질 것 같다.


"지금 하신 말은 동의하기 어렵네요. 왜 정부가 욕을 먹어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요. 정부로써는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죠. 해도 욕하고, 하지 않아도 욕하고. 코로나 백신, 안 사면 안 산다고 욕하고, 사면 산다고 욕하고. 욕한다고 뭐가 해결되나요?"


"아니 그럼 지금 정부가 잘한다는 건가요?"


"(웃음을 잃지않고)사모님, 지금은 정부를 잘한다고 칭찬하거나 못한다고 욕 할 때가 아니라 아까 보신 집 어떻게 하실지 얘기하실 때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 그런 거잖아요!"


"(짜증이 올라오지만 우주의 기운을 모아 웃으며) 사모님, 지금 집 있으시죠? 지금 집도 올랐죠? 그런데 제가 맞춰볼까요? 지금 집은 올랐긴 했는데 여기보다는 덜 올랐죠. 지금 여기 알아보는 것도 여기가 더 오르고, 더 오를 것 같아서 그런 거잖아요. 여기는 역도 바로 붙어있고. 자자. 사모님. 지금 정부에 집중할 때가 아니고 여기에 집중할 때입니다. 어떻게 한번 진행해 볼까요?"


"사장님, 더 오르겠죠?"


"(아. 놔. 나는 원래 웃는 상이다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ㅎㅎㅎ 사모님, 그건 제가 하느님에게 나중에 전화해서 함 물어보고 알려 드릴게요."


"ㅎㅎㅎ  2번째로 본 집... 조금만 깎아 봐주세요"


집중이 중요하다. 목표에 집중이 중요하다. 나의 목표는 매매를 성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찾아온 그 목적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을 훌륭히 해 내었다. 온갖 불평 불만과 방해에도 손님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말았다. 길잃은 양이 되지 않게 말이다.


한편, 어른이란 무릇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사는 것이고, 떨어질 것 같으면 (주택이 있다면) 팔거나 (주택이 없다면) 기다리면 되고. 선택하고 책임지면 된다. 불평하기전, 나의 이익은 정의이며 나의 불이익은 불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살짝) 돌아보면서 말이다.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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