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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l 16. 2021

사람, 한계이자 희망이다.

이건 확 믿어 버려야 돼

얼마 전 놀라운 것을 알았다. 구글이 개발한 딥러닝(자동 학습체계)을 탑재한 AI가 몇 시간 만에 설계한 반도체 칩의 성능이 최고급 두뇌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칩의 성능을 넘어서 버린 것이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설계의 내용이었다. 인간이 설계한 칩은 각이 잡혀있게 딱딱 질서 있게 정연하게 보였는데 비하여, AI가 설계한 칩은 아무 생각 없이 무질서 제멋대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수학자 히파수스는 무리수 제곱근 2(√2=1.141213....)를 발견했다가 당시 대세였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이단으로 여겨져 해당 학파에 의해 바다에서 난파를 위장한 암살로 죽었다고 전해진다. 무리수의 존재는 당시 정수가 자연수라는 피타고라스 학파의 세계관으로 볼 때, 질서 정연한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무리수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히파수스 전까지는 몰랐거나 무시했던 것뿐이었을 것이다. 이건 마치, 지구가 돈다는 진리를 말했다가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애초 잘못된 가치관에 기반한 사회가 신성 모독으로 화형당 했던 선지자의 그것과 다름 아닌 것이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아인슈타인이 증명하기 전까지 직선의 세상에만 살든 사람들은 곡선의 세상을 알지 못한 것과 같다. 우리들은 실제로 곡선의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었고, 동양철학에서 보면 노자와 장자를 비롯 몇 명의 선지자는 그 사실을 오래전에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 우리들은 시간은 상대적이란 것을 일반 상식으로 여긴다.


인간보다 뛰어난 반도체 칩 설계를 AI가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예전에 보았던 만화에서의 주인공 마지막 대사가 기억난다. "개미는 한 손으로 자기를 눌러 죽일 수 있는 인간이 자기 위에 존재하는 사실을 모르는 진실을 기억하라".


역시 정해지지 않은 길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길이 있다는 것을. 사람의 인식의 한계 저편에는 이미 다른 어떤 것들이 존재할 수 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어차피 새로운 설계를 한 AI도 사람이 만든 게 아닌가. 사람이 한계이자 또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련다. "이건, 확 믿어버려야 돼!" (임진한 레슨프로의 광고 카피 중에서...)


<사람, 한계이자 희망이다>


PS. 이 글은 내가 페북에서 유료로 읽은 분(Jean K. Min)의 글에서 영감을 얻어 내가 읽은 여러 책 등에서 알게 된 내용을 내 인식으로 재해석한 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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