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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Aug 06. 2021

친절은 덩치도 웃게 한다

택배 주소 자알 확인합시다

휴가 마치고 첫 출근. 여전히 날씨가 마이 덥다. 따끈한 오후, 손님이 들어온다. 덩치가 크다. 모자를 썼는데 모자가 너무 작아 모자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 작은 상자를 들고 있는데 더욱 작게 보인다. 택배기사는 아닌 것 같다.


출입구 쪽에 있는 아내는 전화 상담 중. 나를 힐끗 보더니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내 쪽으로 걸어온다. 쿵쿵쿵. 턱 하고 회의 탁자에 상자를 내려놓는다. 택배박스다. 억울한 표정과 화난 표정이 섞여 있다. 잘 못 말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다.


"부자 부동산이죠! 이거 저희 집에 온 택배인데 전에 살던 사람이 여기 맡기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나갈 기세다.


"아 그래요. 잠깐만요. 203동 1902호. 음.. 모르는 분이고 거래 한 기억이 없는 아파트인데 여기 부자 부동산이라고 했나요?"


맞다고 했다. 어제 찾아왔는데 휴가라 문이 닫혀 있어서 다시 오게 되었다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 "전에 사는 사람들이 택배 주소 잘 못 보내 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여기다 갖다 주랬어요. 나참 (씩씩)"


"그랬군요. 그 사람들 참. 일단 사과부터 하고 부탁을 하던지 해야지. 저라도 화가 나겠네요. 이 더운데" 이 말 한마디에 굳었던 표정이 펴진다.


"길 건너편에 큰 부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전화해서 이 동호수를 아는지 물어보고 아니라면 일단 맡아 두겠습니다. 잠깐만 물 한잔 드시고 기다려주세요"


3 , 신규단지 입주가 시작되고 입주 첫날 부자 부동산 이름으로 우리가 들어왔고    부자라는 이름을   없어 큰을 달고 큰부자로 길건너에 입점했는데 손님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을 하고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다.


"... 네. 그쪽으로 가시라고 하겠습니다."


덩치가 웃고 있다. 웃음이 아주 잘 어울린다. 마음 좋은 옆집 아저씨로 변해서 연신 미안하다고 한다. 모자가 유난히 작게 보이는 덩치 큰 남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건너편을 가리켜며 오른쪽에 횡단보도가있으니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들어오는 나를 보고 아내가 말했다. "참 친절하시네요. 내가 다 고맙네 ㅎㅎㅎ"


택배 주문할 때 주소 꼭 꼭 확인해야겠다. 작은 실수로 여럿 사람, 이 더위에 짜증 나게 할 수 있으니까. 잘 못 했다간 엉뚱한 사람이 덩치에 봉변당할 수도 있고 ㅋㅋㅋ


<친절은 화난 덩치도 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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