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주소 자알 확인합시다
휴가 마치고 첫 출근. 여전히 날씨가 마이 덥다. 따끈한 오후, 손님이 들어온다. 덩치가 크다. 모자를 썼는데 모자가 너무 작아 모자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 작은 상자를 들고 있는데 더욱 작게 보인다. 택배기사는 아닌 것 같다.
출입구 쪽에 있는 아내는 전화 상담 중. 나를 힐끗 보더니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내 쪽으로 걸어온다. 쿵쿵쿵. 턱 하고 회의 탁자에 상자를 내려놓는다. 택배박스다. 억울한 표정과 화난 표정이 섞여 있다. 잘 못 말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다.
"부자 부동산이죠! 이거 저희 집에 온 택배인데 전에 살던 사람이 여기 맡기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나갈 기세다.
"아 그래요. 잠깐만요. 203동 1902호. 음.. 모르는 분이고 거래 한 기억이 없는 아파트인데 여기 부자 부동산이라고 했나요?"
맞다고 했다. 어제 찾아왔는데 휴가라 문이 닫혀 있어서 다시 오게 되었다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 "전에 사는 사람들이 택배 주소 잘 못 보내 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여기다 갖다 주랬어요. 나참 (씩씩)"
"그랬군요. 그 사람들 참. 일단 사과부터 하고 부탁을 하던지 해야지. 저라도 화가 나겠네요. 이 더운데" 이 말 한마디에 굳었던 표정이 펴진다.
"길 건너편에 큰 부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전화해서 이 동호수를 아는지 물어보고 아니라면 일단 맡아 두겠습니다. 잠깐만 물 한잔 드시고 기다려주세요"
3년 전, 신규단지 입주가 시작되고 입주 첫날 부자 부동산 이름으로 우리가 들어왔고 몇 달 후 부자라는 이름을 쓸 수 없어 큰을 달고 큰부자로 길건너에 입점했는데 손님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을 하고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다.
"... 네. 그쪽으로 가시라고 하겠습니다."
덩치가 웃고 있다. 웃음이 아주 잘 어울린다. 마음 좋은 옆집 아저씨로 변해서 연신 미안하다고 한다. 모자가 유난히 작게 보이는 덩치 큰 남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건너편을 가리켜며 오른쪽에 횡단보도가있으니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들어오는 나를 보고 아내가 말했다. "참 친절하시네요. 내가 다 고맙네 ㅎㅎㅎ"
택배 주문할 때 주소 꼭 꼭 확인해야겠다. 작은 실수로 여럿 사람, 이 더위에 짜증 나게 할 수 있으니까. 잘 못 했다간 엉뚱한 사람이 덩치에 봉변당할 수도 있고 ㅋㅋㅋ
<친절은 화난 덩치도 웃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