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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Nov 23. 2021

첫술

술은 아빠와 함께

수능,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닐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겠지요.


수능날 아침에 고사장에 태워주는데 시험 보는 둘째 아들이 아빠하고 부릅니다.


"부탁이 있어!"


대한민국 어떤 아빠가 시험 보러 가는 아들의 그 어떤 부탁인들 못 들어주겠습니까. 알았다고 일단 승낙을 하고 묻습니다. 그랬더니.


"저녁에 아빠와 소주 먹고 싶어! 술은 아빠한테 배워야지!" 그래 먹자 먹어. 좋다고 하니 이어지는 말.


"참이슬로 부탁해" 참 이슬 영롱한 부탁이네요. 어쩝니까 좋아하는 막걸리는 좀 참고 소주 먹었습니다.


시험은 잘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시험 잘 쳤나?'라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 시커먼 모습으로 수험생들이 몰려나옵니다.


시험 마치고 나오는 아들, 기다렸다가 만나서 마트로 갔습니다. 같이 소주와 맥주를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술잔에 먼저 소주를 조금 넣고 맥주를 부었습니다. 폭탄주를 만든 것이지요. 시원하게 첫 잔을 비워내는 둘째에게 말했습니다. 수고했다!!!


<첫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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