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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l 04. 2016

공감이 먼저다

공감의 실천. 하니 되는군

토요일, 아내는 토요일도 출근한다. 오전 6시 30분, 둘째를 깨워 아내와 같이 목욕탕으로 향했다. 올해 들어 목욕탕 가기 싫어하기 시작한 중1 둘째가 목욕탕을 가자고 해서 가게 된 것이다.


출발하고 얼마 후 방향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한 둘째가 물었다. “어디 목욕탕 가는 거야? 영통으로 안가?” 아내가 대답했다. “동네 목욕탕 갈건 데. 영통이 좋진 한데 그긴 너무 멀어. 이 시간에 가면 엄마 출근하기에 너무 촉박해.” 태호의 불평이 이어졌다. 물안경까지 준비한 둘째는 동네 목욕탕과 영통 목욕탕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다. 영통은 미지근한 물로 채워진 넓은 탕이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놀기 좋다.


인근 목욕탕 주차장에 도착했다. 엔진이 꺼지자 태호가 먼저 내리며 문을 닫았다. “꽝” 너무 세게 닫았다. 불만의 표출인 것이다. 그냥 넘어갈 아내가 아니다. “이! 태! 호!” 이름 석자를 부를 때면 상황은 심각하다는 말이다. 둘째를 불러 세우고 ‘태도’를 문제 삼으며 야단을 했다. 나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았다. 내가 어느 편을 들게 되면 어느 한쪽은 나에게 마음 상하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장 훈계와 야단이 있은 후 아내는 먼저 엘리베이터로 향해 돌아섰다. 뒤따르던 태호가 주차장 기둥을 발로 찼다. 화의 표출인 것이다. 못 본 체했다.


매표소 앞에서 아내는 낮으나 단호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둘째의 태도를 얘기하며 논리적으로 여러 사정상 영통 목욕탕을 갈 수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 둘째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나 수긍하는 태도는 보이질 않았다.


둘째와 같이 목욕하는 내내 아까의 일은 입에 담지 않았다. 그리고 ‘변함없이’ 다정히 대해 주었다.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을 즈음 말을 건넸다. “아까 엄마한테 화났지? 영통 목욕탕 가서 물안경 끼고 물놀이하고 싶었을 텐데 그러질 못해서. 아빠도 니 입장이면 그랬을 거야” 둘째의 표정이 펴졌다.


주차장으로 가며 말했다. “엄마가 시간이 급해서 그랬을 거야, 다음에 영통 목욕탕 가게 좀 더 일찍 일어날까?” “응 그래 아빠”. 한마디 더 했다. “엄마 보면, 아까 미안했다고 한번 해줄래?” 그리고 나는 잠깐 멈추어 신발끈을 고쳐 맸다.


그렇게 잠깐을 공백을 주고 차 뒷자리에 올랐다. 아내는 둘째와 같이 낄낄대고 있었다.


“뭐야? 무슨 얘기야?”했더니 아내가 말했다. “그런 게 있어~” “뭐야?? 되게 궁금하네”되게 궁금하진 않았다.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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