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흘러가는 대로 한번 가보자

by 이기문

사랑하게 된 연인. 미아와 세바스쳔. 그들은 성공이냐 사랑이냐 그 갈림길에 서있다. 미아가 묻는다. “우리 지금 어디야?” 물리적인 위치를 물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관계에 대한 물음이다. 세바스쳔은 말한다. “공원에 있지.”라고. 그리고 웃으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말을 건넨다. “흘러가는 대로 한번 가보자”


5년이 지났다. 미아가 보인다. 성공했고 결혼도 했으며 사랑스러운 딸도 있다. 관객의 기대와 바람과는 달리 남편이 세바스쳔이 아니다. 잠시 후 세바스쳔이 화면에 나타난다. 다행이다. 그도 원하던 가계를 열었고 수입도 괜찮으며 자기의 음악을 하고 있다. 관객은 안도하며 미소한다.


화면이 다시 미아로 옮겨가 그녀의 남편과 고속도로 이동 중이다. 도로가 꽉 막혔다. 영화 처음 시작을 연상시킨다. 옆으로 빠지 기로 한다. 남편에게 인근에서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하는 것이다. 정체된 도로를 빠져나와 저녁을 먹고 차에 타려다 재즈음악에 둘은 홀린 듯 음악을 따라간다.


그렇다. 세바스쳔의 가게. SEB’S. 가게 이름이 낯익다. 같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미아와 그 남편. 세바스쳔이 연주 전 무대에서 인사말을 하다 시선이 미아에게 닿는다. 말이 멈추어졌다. 겨우 마음을 수습하여 세브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낮게 말한다.


세바스쳔이 건반 앞에 앉는다. 옛날 둘 사이를 이어주었던 주제곡을 연주한다. 천천히 그러나 느리지 않게. 이때 화면이 바뀌며 상황이 반전된다. 미아와 세비스쳔이 서로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 것으로. 이때 관객은 혹시 이것이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아와 세바스쳔의 아름다운 사랑과 꿈이 이루어지며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연주가 끝났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남편이 묻는다. “한 곡 더 들을까?” 미아는 그만 가자고 하며 가게를 나선다. 출구를 나가다 뒤를 돌아본다. 세바스쳔이 보고 있다. 두 눈이 마주한다.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관객은 숨을 죽인다. 안타깝다. 둘 중에 누군가 울 것 같다. 둘 다 울지도 모른다.


그 순간 세바스쳔이 웃는다. 미소를 보내는 것이다. 괜찮다고. 미아도 미소로 답례한다. 괜찮다고. 그래, 우리 서로 열심히 꿈을 찾으며 자기 운명을 힘껏 살아왔으니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고. 서로에게 격려하는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한번 가보자”. 이는 수동적인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열심히 상황에 맞서면서 미리 헤어질지도 모른다고 모험을 겁내며 실패를 두려워하여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안고 세상과 운명에 온 몸으로 부딪쳐 나가 보자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래, 우리 한번 세상을 상대로 마음껏 꿈을 펼쳐보자. 어떤 미래가 기다리던 우리는 최선을 다해 보리라” 다짐했던 것이다.


그래, 괜찮다. 다 괜찮다고.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으면 경험인 것이라고. 그게 재즈이고 영화이며 우리 삶인 것이라고.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행복한 기분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