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은 Jun 23. 2019

공룡색 크레용을 본적 있나요

So B. It  by Sarah Weeks


* 제목: So B. IT

* 작가: Sarah Weeks

* 출판사: HarperCollins

* 출판일: 2004년

* 흥미레벨: 중학생이상

* 영어레벨: 초등고-중학생 (860L)

* 페이지수: 245쪽

 



“나는 엄마가 사랑 표현을 위한 단어를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었죠. 사랑을 표현할 단어를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아는 것과 달랐을 뿐이에요.”

(”I just thought she didn’t have a word for it. But I was wrong. All along she had a word for love-it was just different from the one everyone else was using.“ (p.236)



우리는 흔히 진실은 유일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실한 것이라고 믿는다. 누군가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한번 정해지면 일생동안 함께 하는 불변의 진리가 된다.

하지만 쏘비. 잇처럼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물어볼 곳도 없을 때, 그 사람의 진실은 영영 묻혀버리게 될까.


주인공 이름은 하이디 잇. 셜리 템플이 곱슬머리에 보조개가 쏙 들어간 귀여운 얼굴로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던 영화 속 이름이다. 자신의 예쁜 이름에 비하면 엄마 이름은 좀 이상하다. 버니가 엄마에게 무수한 질문을 해서 알아낸 말은 ‘쏘비.잇(So B. It)‘이었고, 그 후부터 그것이 엄마의 이름이 되었다. 우리말로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라는 뜻인데, 성경의 마지막 단어 ’아멘‘처럼, 마무리, 끝이란 뜻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의 이름이 되기에는 좀 가혹한 말인 것 같다고 버니가 말했다. 하이디는 엄마에게 공식 이름과 가족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엄마에게 진짜 이름을 꼭 찾아주고 싶었다.


엄마의 이름과 뿌리를 찾기 위해 12세 소녀 하이디는 혼자 버스를 타고 네바다에서 뉴욕까지 대륙횡단의 여정을 떠났다. 쑤우프(Soof)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 하이디는 진실을 만날 수 있을까.


하이디는 아슬아슬한 나혼자 여행 끝에 뉴욕의 요양원에 도착한다. 그토록 궁금하던 쑤우프(Soof)의 의미를 알려준 엘리엇과 그의 아버지도 만났다. 엄마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지만, 정작 하이디는 자신도 모르고 있던 더 중요한 진실을 깨닫는다.


“아주 오래전에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쑤우프였어요. 엄마가 쑤우프라는 말을 할 때 자신을 부르는 게 아니었어요. 쑤우프는 엄마의 이름이 아니에요. 엄마에게 수우프는 사랑이라는 뜻이었어요.“

(A long time ago, somebody else who loved Mama gave her another name, Soof. But when she said that word, she wasn’t talking about herself. Soof wasn’t Mama’s name; soof was Mama’s name for love.“ p. 236)



엄마가 전혀 다른 말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것을 하이디는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얼마나 여러 번 수우프라는 말을 듣고도 그 마음을 읽지 못했을까. 결국 하이디의 진실을 찾는 여정의 끝에는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그 사랑에 대해 무지했는지 마주하는 것이었다.


하이디는 진실이라는 색연필이 있다면 공룡색이라는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공룡을 색칠할 때 의심 없이 같은 색을 썼지만 공룡을 본 사람이 없으니 진짜 색은 아무도 모른다. 진실 또한 같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소피아 린 드뮤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꽃다발‘로, 그녀를 사랑한 한 남자에게는 영원히 쑤우프 Soof로 기억되고 있으니 엄마의 진짜이름에 대한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정신지체장애인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있을까 의심했던 엘리엇의 아버지는 표현을 못했을 뿐 너무나 깊었던 아들의 사랑을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아들은 소피아가 떠난 후 하루도 빼짐 없이 수우프라는 단어를 말했다. 그녀를 잊은 적이 없는 것이다.



한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 삶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특정한 행동이나 생각만으로 함부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타인의 행동이나 생각은 언제나 전체일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삶을 평가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늘 어렵다. 의사소통의 도구마저 공유할 수 없다면 하이디와 엄마의 관계처럼 사람들 사이의 수수께끼같은 말 때문에 고민할 때도 많다. 하지만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고 했던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진실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 이 책은 스티븐 질렌할 감독에 의해 2016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참고로 스티븐 질렌할은 영화배우 제이크 질렌할의 아버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원나무 레드, Home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