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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은 Jun 20. 2019

두 번째 라운드를 위한 응원

성실한 삶과 멋진 삶



지금까지 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잘 마치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것. 나는 최선을 다해 내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 나의 여정이 사회적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멀게만 보이던 종착지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비도 있었고 성실함만으로는 넘지 못하는 문턱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서 돌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내 인생이 멋지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나름 성실했고 수고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제 첫 번째 라운드가 끝났다. 그간 성실함을 인정해주고 싶었는지 내 인생이 나에게 쉬는 시간을 주었다. 앉아서 물도 마시고 지친 몸을 쉬며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쉬면서도 한 컨으로는 다가올 두 번째 라운드를 어떻게 뛸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두 번째가 훨씬 더 길수도 있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면서 만났던 한 교수를 생각한다. 수업 시간마다 도서관 봉사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하던 그 교수. 그는 수업 중에 도서관 취업 동향이나 채용 정보를 알려줄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미국의 '룸투리드(Room To Read)'라는 비영리단체를 소개했다.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프리카, 네팔, 베트남 등지에 도서관을 짓고 책을 기부하는 단체라고 했다.


뜬금없는 미국의 자선 단체 얘기에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런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오랜만에 가슴이 설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멋진 일들이 많구나. 어쩌면 내가 걸어가야 할 두 번째 라운드의 무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수가 소개한 단체가 궁금해졌다. 수업을 마치고 검색을 해보니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이던 존 우드가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짓기 위해 2004년 설립한 단체였다. 관련 자료들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들뜬 일주일을 보냈다. 수업을 마친 뒤 나는 교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존 우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는 물었다.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셔도 될 텐데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찾아다니세요?"

"자꾸 그런 쪽으로 눈길이 가네요. 혹시 봉사에 관심이 있으면 이것도 한번 알아보세요. 사실 나는 해외봉사단에서 사서 봉사도 해보고 싶어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봉사해보고 싶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했다. 2년이나 가족과 떨어져서 생활해야 하고, 약간의 생활비를 지원받지만 말 그대로 봉사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계획을 보류했을 뿐 적당한 시기에 꼭 도전할거라고 했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교수의 해외봉사에 대한 꿈은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궁금했으나 그것까지 묻지는 못했다.


인생 후반부를 위한 교수의 도전은 대부분 사회에 공헌하려는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내용이었다. 평생을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누려는 마음이 나는 좋았다. 가슴 뛰는 꿈 하나가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그 교수가 멋지고 존경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꿈이 나의 가치관과 맞닿은 이유도 있지만, 그 도전을 들었을 때 나 또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던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내가 당장 오지로 달려가 도서관을 짓고, 구호물자를 나를 수 없다고 해도, 내 주변에서 그런 일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젊게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수는 나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다고 내게 용기를 주었다. 세상에 멋진 일들이 참 많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내 심장을 뜨겁게 할 그런 일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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