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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a Jun 08. 2024

LA에서 혼자 생활하기 - 초급편(2)

LA 코리아 타운 이용하기.

코리아타운(한인타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한국이 그리운 한국 사람들이 한국 음식 등을 경험하기에는 매우 좋은 장소이지만, 코리아타운 그 자체에만 갇혀 정작 미국 문화 혹은 영어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나는 LA 생활을 시작하면서 코리아 타운과는 최대한 멀리 지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한국에서 20년 이상 생활을 하며 한국 음식, 문화는 충분히 경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었다

해외 생활을 하기 전 주변으로부터 '해외에 나가면 한국 사람을 더 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심성이 상당한 나 역시도 미국에 나와 한국 사람들과 관련된 어이없는 경험을 몇번 해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라면 절대로 당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기도 했다. 굳이 미국에 왔는데 미국 문화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석사 학위 공부를 하는 것과 무슨 다를 바가 있겠냐 싶었기 때문이다. 


유학길에 오르기 전 이마트 트레이더스, 동네 시장 등에서 진공김치, 김부각, 김, 먹태, 라면 등을 잔뜩 사서 옷 대신 거의 음식들로 나의 캐리어들을 채웠다. 그렇게 LA 코리아 타운과는 멀리 지낼 준비를 한 채 입국을 하였다.


하지만, 미국 생활 초기엔 나의 결심과는 달리 코리아 타운 방문이 잦아지게 되었다. 다시 반복하자면, 미국 입국 후 6 - 8개월 동안은 코리아 타운를 정말 자주 이용했다(그런 이유로 코리아 타운을 '미국 생활 초급편'에 넣게 되었다.). 


코리아 타운을 초창기에 방문했던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난 일부 서비스, 생활 등을 위해서는 아직도 코리아 타운을 방문한다. 


1. 부족한 영어실력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참고로 나는 한국 기준으로는 영어를 괜찮게하는 사람이었다. 

토익은 900 중반대(입사용)였고, 토플은 100 후반대(유학용)였다. 파고다나 YBM 등에 영어 회화 수업을 들으러 가 레벨 테스트를 받으면 가장 높은 레벨이나 그 전 단계가 나오곤 했다. 해외 여행을 가면 가족들을 대신하여 내가 영어를 했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더라도 주로 내가 영어를 사용해오곤 했다. 

학부 시절에도 영어 회화 스터디를 조직해서 적극적으로 영어 사용을 해왔고, '자기계발'을 위해 신동표 어학원에서 동시통역 대학원 준비반을 수강하기도 했다(전공과는 아무 관련 없음).

영어로 발표를 하거나 말을 하면, 모두가 나의 유창한 발음(사실은 전혀 아니었다. 국내 기준으로 유창한 발음일 뿐이었다.)을 칭찬받곤 했다. "해외에서 살다 왔느냐"는 말을 언제나 들었다(전혀 칭찬할 발음이 아니었다.). 

그러한 이유로 민망하지만, 나는 내가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줄 알았다


막상 미국에 입국을 한 후에도 열심히 영어를 사용했다. 학교 교수님들이나 교직원들에게 영어로 이메일을 작성해서 보내기도 하고(당시에는 챗 GTP가 없던 시기라 문법이 맞든 틀리든 혼자 했어야했다.), 학교 교직원, 교수님들과 영어로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사귄 비 한국인 친구들과도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기도 했고(친구들과 문자도 주고 받고 전화도 하고 놀러도 다니고 심지어 여행도 같이 다녔다.), 수업 중 영어로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말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을 적시에 유창하게 논리적으로 하지도 못하는 실력이었다


차라리 학교 내에서는 괜찮았다. 학교 내에서는 외국인 학생 차별 금지 규율 비슷한게 있어서 영어를 못한다고 해도 누군가 대놓고 짜증을 내거나 차별을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학교 밖을 나가면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지금은 각 국가의 억양이 익숙해졌지만, 최초 정착 당시에는 '시험용 혹은 교육용 속도 + 발음 + 문법' 조합이 없는 영어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보니 코리아타운 혹은 한국인 비즈니스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2.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인종차별의 불편함

K-POP과 K-드라마의 부흥으로 감사하게도 미국에서 그리고 비 한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위상이 최근 높아지긴 하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아니 사실은 '알게' 인종차별이 느껴졌다. 그 역시도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의 인성과 상황에 따라 달랐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비동양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무시는 계속 느끼고 있다. 다만, 처음 미국 땅을 밟고 거의 처음으로 느끼는 인종차별은 지나친 스트레스였다. 앞에서 "지네 나라나 돌아가지"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아마 이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경험은 상대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20년 이상을 살고 있는 친한 한국 언니의 말에 의하면, 그녀도 인종 차별을 자주 느낀다고 하였다. 특히, 식당에서 동양인들을 불편한 자리나 화장실 옆 등 일반적으로 비선호하는 자리에 앉게하는 것 등도 그 차별 중 하나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은 모든 종류의 '서비스'에 대해 팁을 내야한다. 예를 들어, 내가 로컬에서 유명한 모 식당을 갔을 때, 그곳에 있던 비동양인 여자 종업원이 다른 '음식 주문' 손님들에게는 '요청'이 없어도 물병과 물컵을 가져다주었는데, 나는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고 나가는 순간까지 이를 받지 못했다. 두번이나 요청을 했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기도 했다. 다른 식당이었지만, 종업원 눈 앞에서 눈읖 마주치며 'excuse me'를 하며 본인을 불러도 그냥 지나간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이 다양하게 축적되다보니, 나는 내 돈을 내면서까지 차별적인 경험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을 가면 한국 사람이 주를 이루니 이런 기분 나쁜 차별은 당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실제로도 코리아타운에서는 직원이 비동양인이라 할지라도 차별적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 고로, 코리아 타운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3. 친구/지인들의 코리아타운 선호

나와 어울렸던 친구/지인들이 코리아타운을 굉장히 선호했다. 

함께 식사를 할 일이 있다면, 항상 코리아타운에 있는 식당을 가곤 했다. 그 외의 식당은 지인이나 친구들이 가고싶어하지 않았다. 

당시 나의 한국인 지인들(뮤츄얼을 통한) 역시 나처럼 미국 생활이 오래되지 않았기에, 네일아트, 미용실(아직도 비한국인이 하는 미용실은 간 적이 없다.), 식당 등 대부분을 코리아타운에서 해결하였다. 

한국에서는 네일아트를 전혀 하지 않았던 나는, 지인 중 한명을 따라 코리아타운에 있는 네일아트 가게를 방문했고 그 뒤부터는 계속하여 네일가게를 방문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4. 코리아타운의 서비스 퀄리티

이 부분은 의견이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들만큼 성실한 민족이 없다는 것을 미국에 와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미용실, 네일아트, 마사지샵 등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곳은 확실히 코리아타운 만한 곳이 없다. 


5. 한국 음식에 대한 갈망

한국에 있을 때는 어딜 가나 한국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집에서도 주로 한식을 먹었기에 한국음식의 소중함을 몰랐다. 학부생 시절 1달 가량 유럽 여행을 하는 기간에도 컵라면이 그립지도 않았을 정도였다. 그때는 1달 뒤면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미국에 입국한 지 약 20일 만에 한국 음식을 찾게 되었다


미국 정착 초급 과정에서 경험한 코리아타운은 나쁘지 않았다. 정착 중급자가 된 현재도 LA 코리아타운 식당과 마켓은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느껴진다. 아직까지도 LA 방문을 할 일이 생기면, 코리아타운의 식당은 반드시 들릴 정도이다. 하지만, 이는 LA 코리아타운에 한정된 방문이다. 


1. 식당

구체적으로 코리아타운에 어떤 것이 있는지는 차차 소개하겠지만, 코리아타운에선 신전떡볶이(원래 가주마켓 3층에 있었는데, 1달 전 가주마켓을 갔을 땐 닫혀있었고 내부 집기들도 전부 나간 상태였다. 현재는 운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엽기떡볶이, 진솔국밥, 북창동순두부(여기선 BCD Tofu house라고 한다.), 삼겹살, 곱창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코리아타운 식당들은 한국문화의 영향으로 밑반찬이 많이 나와서 너무 좋았다. 종업원들도 한국인이거나 한국인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식당 이용 시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삼겹살과 곱창은 한국이 훨신 맛있고, 신전떡볶이나 엽기떡볶이도 한국 지점이 더 맛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신전이나 엽떡을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소중했다. 진솔국밥이나 북창동순두부는 그저 맛있었다. 나는 LA를 떠나는 날에도 진솔국밥을 들려 국밥 한그릇을 먹고 공항으로 갔고, 지금도 LA를 방문할 일이 생기면 진솔국밥은 무조건 간다. 물론, 가장 최근에 들렀을 때는 예전만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긴 했지만, 나는 또 LA를 갈 일이 생기면 코리아타운 그리고 진솔국밥은 꼭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2. 미용실

미용실의 경우에는 당연히 한국 본토의 서비스와 실력에 비할 수 없다. 나는 코리아타운 소재 미용실에서 펌, 커트, 염색을 전부 해봤다. 매우 매끄럽고 비단같던 머릿결은 그 결과 개털이 되었다. 결과는 심히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타국 베이스의 미용실을 가자니 '스타일의 차이'로 머리를 더욱 망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도해보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한국계 미용실이 아닌 곳은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미용실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크게 만족하지는 않지만, 타주에 거주하는 현재에도 나는 한인 미용실을 예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남성이 아닌 여성의 경우에는, 한국을 조만간 갈 일이 있다면, 어지간하면 기다렸다가 한국 소재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3. 발레학원

한국에 살 때 부터 발레를 수년 간 배워왔었다. 발레는 나의 가장 큰 취미 중의 하나였다. 물론 실력은 계속 초급 수준에 머물렀지만, 그래도 발레 연습복을 입고 큰 거울 앞에서 다양한 자세를 배우고 응용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따라서, 미국에 와서도 발레 수업을 지속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영어로 수업을 들어볼까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초창기 영어로 발레 수업을 듣게 될 경우 과연 내가 동작을 따라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 이유로, 운전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코리아타운 내 발레 학원을 등록 하게 되었다. 


강사의 수업은 좋았다. 수강생들도 적당히 있어 발레 연습을 하는데 있어 그 어떠한 불편함도 없었다. 물론, 탈의실의 부재는 불편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강료를 현금 혹은 계좌이체(미국은 일반적으로 '벤모'라고 한다.) 만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사실 코리아타운의 마켓, 식당, 미용실 등을 제외한 일부 업종에서는 현금 혹은 벤모 만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손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다. 1 - 2달 수강 후엔 다신 등록하지 않았다. 수강료도 비쌌다.


이후에는 로컬 발레학원으로 옮겼다. 


4. 네일아트

아는 언니를 따라간 네일아트 가게는 굉장히 작지만, 원장님의 솜씨가 훌륭했다. 한국에선 네일아트를 7 -8 년 이상 받지 않다가 미국에 와서 한번 네일을 하기 시작하니 네일과 페디는 '필수 소비' 중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 물론, 지금은 네일도 페디도 전혀 하지는 않지만, 1년 가량은 그러했다.


LA를 떠나 타주로 갔을 때, 한인 네일샵, 로컬 네일샵 등 다양한 곳을 경험해봤는데, LA 코리아타운 네일샵에 비해 정말 별로였다. 가격은 LA보다 비쌌지만, 네일 기술자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별로였다. 유명한 일본 네일샵의 경우에는 정말 실력이 좋고 결과도 좋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쌌다. 네일과 패디에 한달에 수백달러를 들이는 것은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에서는 둘다 포기하였다.


이 네일아트 원장님도 '현금' 혹은 '벤모' 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일단 실력이 너무 좋고(내가 특별히 디자인을 생각해가지 않아도 이쁜 디자인을 알아서 해주시고 추천해주시는데, 센스가 정말 좋다.)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계속 방문하게 되었던 곳 중 하나다. 


5. 골프 연습장

정착 초기, 다른 한인들의 추천을 받아 코리아타운 내 골프 연습장에서 1:1 레슨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강사의 실력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비쌌고, 정책도 크게 유연하지 않아 1달 수강 후엔 로컬 연습장으로 옮겼다.


그렇게 정착 초기에는 다양한 이유로 코리아타운을 자주 이용했다. 

코리아타운은 정착기간이 긴 사람,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정착 초보자, 그리고 여행객들 모두가 편리하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코리아타운 내 한국 마켓(가주마켓, H 마트), 한국 식당들은 코리아타운이 아니면 경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장소들은 정착 기간에 상관없이 한국음식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 당연히 자주 방문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업종들의 경우에도, 대체불가한 서비스의 퀄리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방문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크게 서비스의 차이가 없이 '언어의 문제' 혹은 '알게모르게 간혹 느껴지는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코리아타운 외 다른 곳에서의 경험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틀을 깨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처음 로컬 발레학원을 방문하고, 처음 로컬 요가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로컬 스파를 방문하고, 로컬 네일아트샵을 방문했을 때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만일 로컬 업종에서 '불쾌한 경험'을 맞이했다면, 다른 로컬을 알아봐도 된다. 코리아타운 혹은 한인 비즈니스라고 해서 꼭 우리게에 우호적이지만도 않다(상대적으로 기분 나쁜 경험이 적을 뿐).  


나는 코리아타운 방문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착 초장기에 누구를 만나든, 뭐를 하든 거의 '코리아타운' 만을 방문했던 나 자신을 돌아본 결과, 과거의 '나' 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과 생각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은 것 뿐이다. 


LA에 살면서, 학교와 집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국'과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후, 나의 생활 양식을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틀'에서 나오는 것. 성장의 첫단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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