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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a Apr 26. 2024

[LA 정착기] 동네 밖 나들이(2)

'말리부 바비'를 통해 들어본 말리부를 직접 가보다.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은 나의 정착을 도와주러 나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정착을 위해서는 많은 일들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집 청소, 짐 정리, 가구 구입(일부는 이미 아마존으로 주문해놨었지만, 일부는 이케아에서 작접 구입), 가구 조립(이케아 혹은 아마존 구입 물품들), 장보기, 차량 구입 등 다양한 일들을 가족들과 함께 2주 안에 해내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특히 엄마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만큼, 나의 정착을 위해 미국에 함께 온 가족들은 미국을 즐길 수 없었다. 짐 정리 등이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여행을 다닐 수도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물론,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기 전부터 여행 계획을 열심히 세우고 입국한지 얼마되지 않아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미국을 오게 되었고, 그에 따라 나를 따라온 가족들은 2주 내내 '정착 도우미'같은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너무나도 미안하다.


아무리 할리우드 거리를 구경하고 디즈니랜드를 다녀왔다고 해도, 가족들이 LA의 반의 반도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족들이 돌아갈 날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감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는 우리 가족의 귀국 전날, 귀국할 가족들과 함께 '말리부(Malibu)'를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말리부 바비'로 어렴풋이 알고있던 도시를 가족들과 함께 경험할 생각에 잠이 오지도 않았다. 


말리부(Malibu)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에이카운티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LA 시내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교통체증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략 차로 20분 내지 40분이 걸린다. 하지만, 엘에이는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러쉬아워 시간대에는 LA 도심(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반도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한다. 

우리 가족은 오전 8시에 출발하기로 했다. 물론, 평일이었지만, 혹시라도 차가 막히거나 사람들이 몰려들 가능성을 대비하여 이른 출발을 계획하였다. 디즈니랜드 갈 때와는 달리 동생은 눈을 뜨기 힘들어했고, 말리부에 도착해서도 차 안에서 주로 잠을 자거나 테이블에 엎드려있긴 했지만, 적어도 엄마와 나에게는 괜찮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와! 말리부다!

말리부에 도착하자마자 가까운 해변에 차를 세웠다. 

'드디어 말리부다!', '엄마! 말리부야!'. 말리부에 도착하자마자 LA 시내와는 또 다른 느낌에 감탄을 반복했다. 하늘은 하늘색 파스텔을 칠해놓은 것처럼 맑고 깨끗했고, 바다는 투명한 옥색이었다. 생각보다 바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운전을 하여 이곳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리부를 오기 전, 칸쿤같은 해변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말리부틑 칸쿤같은 해변은 절대 아니다. 물론, 이곳도 수 많은 해변이 있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칸쿤같은 'white sand' 느낌과는 다소 달랐다. 나는 이후에도 말리부를 자주 찾아오긴 했다. 도심 생활에 지칠 때,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할 때, 말리부를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다양한 해변들을 발굴해내긴 했지만, 그럴 때에도 칸쿤같은 느낌의 해변은 본 적이 없었다. 

말리부 초행길인 나로서는 지나가다가 아무 해변에나 차를 세웠던 것이기에 더더욱 '인기있는 해변'은 아니었지만, 그 조차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가 갔던 해변은 바위, 돌, 자갈, 모래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 곳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은 없었고 갈매기들만 잔뜩 날아다니고 있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모래사장이 보였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모래 사장에 사람들이 꽤 보였다. 그림같은 하늘, 투명한 옥색 바닷물 그리고 뜨거운 햇살. '캘리포니아 해변'이었다.

엄마와 함께 이런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부터 집 밖을 나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동생은 졸리다며 근처 벤치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30분이 넘도록 이곳에 머무르며 사진과 동영상을 반복해서 찍어댔다. 물론, 눈으로 보는 만큼 사진에 담기지는 않지만, 나중을 위해서 꼭 기록해두고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사진첩을 보고 있는데, 당시에는 '사진과 동영상을 매우 많이 찍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 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난 미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즐겨하지 않았다. 막상,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게되면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방해된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소 부끄럽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심지어 엄마와 어느 장소를 방문했을 때, 엄마가 나의 사진을 찍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했다.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남들이 쳐다보는 것도 부끄러웠고,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또 경험하면 되지 않나? 그냥 내 마음으로 기억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후회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지 않으니, 과거에 방문했던 좋은 해변, 내가 키우던 개의 강아지 시절 사진, 가족들과 다녀온 여행, 맛있는 음식, 행복한 시간.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는 후회 말이다.


물론, 반복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막상 저장되어 있는 사진과 동영상은 몇개 없었다.


미국에서 처음 먹는 브런치


잠시 차를 세우고 해변을 구경한 우리 가족(동생은 계속 차에서 자고 있었지만)은, 배가 고파져 브런치를 먹기로 하였다.

너무나도 배가 고팠던 우리는 3명이서 4접시를 주문했다. 양은 매우 많았다. '미국식 양'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메뉴도 엄청 다양하고 주문 시 음식이 매우 빠르게 나온다. 미국식 '기사식당'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예상가는 맛(하지만 맛있는)의 아보카도 연어 오픈 샌드위치와 미국식 오믈렛, 그리고 처음 보는 음식 2개를 주문했다. 미국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브런치였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던 메뉴도 있고 생각보다 맛있던 메뉴도 있다. 전반적으로는 다 맛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 재료들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껴졌다. 

다만, 파리가 엄청 많아서 밥 먹는데 고생을 좀 했다


급하게 밥을 먹고, 다음 행선지인 게티빌라(Getty Villa)로 향하였다. 

이곳은, 미국의 석유 재벌인 폴 게티(Jean Paul Getty)의 빌라였던 곳으로,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게티 재단은 세계 최대의 예술 재단 중 하나로, 비쥬얼 아트(visual art) 분야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폴 게티는 석유 재벌로도 유명하지만, 아트 콜렉터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게티 재단을 설립하며 자신의 수집품들을 기증하였고, 그가 기증한 수집품들 중 일부가 현재의 게티 빌라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수개의 건물, 층을 막론하고 고대 문화유적 등이 가득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품들의 내용보다는 이를 어떻게 수집하게 되었을지가 궁금해졌다. 

미국 재벌들의 부유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절벽 비슷한 곳에 위치해있어 빌라 일부에서는 말리부 해변이 내려다보이기도 하고, 빌라 인근에서는 사슴이 발견되기도 한다. 


참고로, 게티 빌라는 입장이 무료이다. 물론, 주차 비용은 20달러 정도가 든다. 시간은 무제한이다.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사전에 입장 및 주차 예약을 해두었다. 

내부에서는 특별히 머물 수 있는 제한 시간은 없었다. 또한, 당시에는 주차 제한 시간도 따로 없었다. 

결국, 최대한 빨리 가서 열심히 보고 오는게 최선인듯하다. 늦게 가면 주차 자리가 부족하다. 


게티 빌라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빌라 내부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특히, 빌라 정원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빌라 정원과 복도를 걷고있자니 누군가의 별장에 초대받아 구경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적, 코난이나 김전일 만화를 보면, '부유한 누군가의 별장에 초대받는' 에피소드들이 꽤 있었는데, 그런 느낌이랄까?

미술관 화장실도 깨끗하고 좋았다.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미술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들도 많고, 베르사유 궁전같이 역사적 의미를 담은 초호화 건물들도 많이 있지만, 게티 빌라는 말리부 해변에 위치해있던 별장에 유물 등을 전시해둔 것이라 느낌이 색달랐다. 

엘에이 시내에는 수많은 미술관이 있고, 그 중 멤버쉽 등록을 한 곳들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위 장소가 가장 의미있게 다가왔다.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함께 방문한 곳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처음 가보는 미술관이기도 하고, 항상 꿈에 그려왔던 말리부에 위치한 미술관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가족들이 한국에 돌아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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