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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a Apr 10. 2024

[LA 정착기] 동네 밖 나들이 (1)

동네 밖 나들이 첫번째. 디즈니랜드.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유학을 왔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LA 정착의 시기를 정의한다면, 나에겐 '엄마와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간 시기'라고 할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에는 엄마와 동생이 함께 왔고, 미국 집 청소, 가구 구입, 가구 조립, 정리, 차량 구입, 동네 구경 등 모든 것을 함께 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기본적인 정착을 마칠 수 있었다. 엄마와 동생에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미국으로 오자마자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거의 나의 정착만을 도와주다가 귀국했으니 말이다. 엄마와 동생이 있어 그동안은 한국 생활과의 차이를 크게 못느꼈나보다. 사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긴 여행을 온 느낌이었지만, 가족들이 돌아가자마자 내가 외국에 그것도 이제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그 때부터 진정한 홀로서기의 시작이었다. 가족들이 돌아가고 하루 동안은 가만히 울기만 하였다.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어느정도 집 정리도 마쳤고 차도 생겨 활동 범위가 넓어진 김에 가족들과 동네 밖 나들이를 해보기로 하였다. 우리 가족은 디즈니랜드와 말리부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디즈니랜드 : 엄마와 디즈니 영화를 즐기던 어린시절로 나를 다시 데려가다.


첫번째 나들이 장소는 '디즈니랜드'였다. 20대에 나를 낳아 기른 엄마는 나와 함께 만화영화를 보곤했다. 우리 집엔 '알라딘', '로빈훗',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디즈니 만화영화 비디오 테이프가 가득 있었고, 비디오 가게에서는 '엄지공주(일본 만화)' 등의 시리즈 만화영화 비디오를 대여해오곤 했다. 나 혼자서 만화영화 비디오를 본 적은 없다. 항상 엄마와 함께였다. 그런만큼 디즈니랜드는 우리에게는 과거의 추억이었다. 

특히,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시절, 엄마와 미국 서부 여행을 왔을 때 우리 모녀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둘다 갔었는데, 당시 백투더퓨쳐(Back to the future) 놀이기구를 타고 감동을 받았었다. 그 뒤로, 우리 모녀는 가장 재미있었던 놀이기구로 백투더퓨처를 꼽곤 하였다.

물론, 사회생활에 치여 동심을 잃어버린 나와는 다르게 우리 어마는 아직도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 가끔씩 집을 가면, 최신 디즈니, 워너브로스 등에서 제작된 만화영화를 보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엔 폴라익스프레스를 가장 좋아하시는듯 하였다. 


    디즈니랜드는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Anaheim)에 위치하고 있기에 Los Angeles County에 있는 LA City(우리가 흔히 말하는 '엘에이')에서는 차로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이 걸린다. 디즈니랜드는 오전 8시부터 개장을 하는데, 일찍 가지 않으면 대기줄이 길어질 것 같아 오전 7시에 떠나기로 했다! 철저한 올빼미형인 내 동생조차도 디즈니랜드를 갈 생각에 일찍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였다. 예상대로 디즈니랜드까지는 차로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문제는 소요시간이 아니었다. 주차장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지도맵에 디즈니랜드 주차장을 입력하였지만, 막상 디즈니랜드가 있다는 애너하임에 도착하니 네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주차장을 보지 못하였는데 '목적지 도착'이라고 뜨면서 안내를 종료하기를 반복. 결국은, 길거리에 있는 Disneyland parking lot이라는 주차장 표지판을 보고 찾아갔다. 아직도 왜 지도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약 1년 뒤 친구와 갔을 때는 잘만 작동했는데 말이다. 

고생 끝에 찾은 주차 공간은 생각보다 널널했다. 일찍 도착해서 그랬던 것 같다. 디즈니랜드는 주차장에서 실제 공원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셔틀버스는 생각보다 자주 온다. 셔틀버스 정류장은 '버즈 라이트 이어 정류장'이었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토이스토리 컨셉의 주차장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디즈니랜드 앞에서 손님들을 하차시켰다. 공원 입구가 굉장히 넓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대충 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 들어갔다. 

셔틀버스 정류장 가는 길, 셔틀버스 내부, 디즈니랜드 내부로 들어가는 사람들

공원 내부로 들어서자 미니 마우스, 도널드 덕,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람쥐 두마리 인형 탈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신나게 댄스 배틀 중인 인형탈들이 매우 귀엽긴했지만, 인형탈 내부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덥고 숨이 막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인형(안에 들어 있는 직원분들)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는 귀여웠고, 다람쥐들은 힙했다. 팬서비스는 도날드덕이 가장 좋았다. 이 사진 역시, '도날드 덕'이라고 소리를 지르니 사진을 찍기 좋게 제스처를 취해주어서 남길 수 있었다. 심지어 당시 내 동생이 도날드 덕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도널드 덕이 손으로 자신의 배 쪽을 가리키다가 내 동생 쪽을 가리키다가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팬이 있음에 기뻐하는 모습 보여줬다. 이분들 정말 프로페셔널하다. 

댄스 배틀 중인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다람쥐 두마리 그리고 팬서비스가 너무 좋았던 도날드 덕!


귀여운 인형들이 있는 장소에 한참을 머무르다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자 '빨리 놀이기구를 타야겠다'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귀여운 인형들을 뒤로하고 놀이기구로 향하였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상점가를 지나가야하는데, 우리 역시 디즈니의 마케팅 전략의 희생양이 되었다. 상점가를 미처 지나치지 못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베이비 요다(이름을 모른다.) 상품들이 잔뜩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엄청나게 쇼핑을 하려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어왔는지 일단은 '디즈니 헤어밴드'만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결정을 보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종일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내야하는데, 짐이 많아지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베이비요다 상품들은 어린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막상 상점 밖을 나가면, 걸어다니는 베이비요다 전동 인형을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귀엽긴 하지만 나는 패스.


우리 가족은 '디즈니랜드 익스프레스 트레인', '스몰월드', '앨리스', '인디아나 존스' 등의 놀이기구를 탔는데, 제대로 사진을 찍은 것이 없다. 사람이 굉장히 많아 줄을 오래 서야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은 타지 못했다. 웃돈을 주고 익스프레스 티켓 혹은 priority 티켓을 사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우리는 일반 티켓을 구입하였기에 인기 놀이기구는 몇시간을 기다려서 탑승해야했다. '스타워즈' 놀이기구가 유명한지 줄이 상당히 길었으나, 놀이기구 자체가 지나치게 어지러울 것 같아 줄을 서다 포기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Dole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먹고 귀가하였다.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불꽃놀이를 보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직 시차적응이 다 되지 않았는지 굉장히 피곤해하셨고, 해가 지기 전에 운전을 하고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 길이 익숙치 않아 최대한 밝을 때 귀가를 하고싶으시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귀가를 하였다. 


차량을 이용한 우리 가족의 첫번째 동네 밖 나들이는 이렇게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가족들의 귀국이 이틀 남은 날이었다. 다음 날도 동네 밖으로 나들이를 나가 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 03화 [LA 정착기] LA는 안전한가? 차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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