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여서 아직은 한국같다.
가족과 함께있으니 아직도 한국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행온 것 같기도 하다.
Day 2: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눈을 뜨니 오후 3시였다.
LA에 도착한 첫날 대충 짐을 풀고 짐으로 챙겨온 비비고 갈비탕과 햇반을 꺼내먹은 우리는 전부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나보니 다음날 오후 3시였다. 엄마와 동생도 많이 피곤했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LA를 잘 알지 못했던 우리는 UberEats로 쌀국수를 주문하기로 결정하였다. 몸이 굉장히 피곤해서 그런지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쌀국수는 굉장히 깔끔하게 포장되어 왔다. 생각보다 양도 많고 깔끔했다. 다만, 미국 물가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쌀국수 3개를 주문하였는데 원화로 환산하면 6만원이 넘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소비세 10%를 계산 시 추가적으로 부과하고, 우버이츠 배달료, 서비스 이용료 등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니, 약 20달러 정도가 '세금 및 서비스 이용료' 등으로 나가는 셈이다. 우버이츠는 최대한 이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쌀국수로 배를 따뜻하게 채우고 나니 동네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집 밖으로 슬슬 걸어나가보기로 했다. 주변이 어두워지면 위험할 것 같아 어두워지기 전 동네 주변을 살짝 걷기로 하였다.
Day 2: 도넛 맛집 발견
우연히 이끌려 들어간 도넛 가게가 LA 인생 최대의 맛집이 되어버렸다. 형형색색의 도넛들이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던 나머지 우리는 먹고싶은 도넛 더즌을 주문하였다. 개인적으로는 GLAZED DONUT이 가장 베스트였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달지 않았고 밀가루 맛도 거의 나지 않아서 엄마와 동생이 돌아가기 전 두 세번은 더 먹었다.
지금은 sugar-free + gluten-free를 추구하고 있지만(그렇다고 안먹는다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으로 줄여보려 노력 중이다.), 그때는 슈가프리 + 글루텐 프리는 나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천상의 미국 도넛을 맛본 우리는 LA 도넛 맛집을 조금 더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구입한 도넛은 그 날 집으로 돌아가 디저트로 인당 1개씩 먹고, 다음 날 아침에도 인당 1개씩 먹었다. 혈당의 무서움을 알게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식단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냥 좋았다.
Day 3 : Farmers Market, Italian place, Donut place, park, and grocery shopping
시차 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천천히 시차 적응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오후 1시였다. 아침 식사로 어제 사놓은 도넛(혈당의 무서움을 몰랐을 시절)을 먹고, LA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LA도 공원이 있기는 하나, 공원 주변에 홈리스로 보이는 분들이 많이 있어 막상 들어가기는 무서웠다. 깨끗하고 안전한 city park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찾아보겠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아 공원을 지나치기만 하였다. LA 하늘은 정말 깨끗하고 아름답다. 햇살 자체가 한국과는 다르고 미국의 다른 주(뉴욕주 등)들과는 차이가 있는데, 확실히 날씨나 햇살이 사람의 기분과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인 것 같다.
대학교 재학 당시에는 사람들과 곧잘 어울리는 밝은 성격이었지만, 사회 생활을 하며 성격이 내향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LA의 환한 날씨 속에서 나의 마음이 다시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나의 마음은 점차 다시 열리기 시작했고, 다시 사고회로가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LA에서 제대로 먹는 첫끼!
도착 첫날은 인앤아웃 버거 및 한국 레토르트 식품을 먹고, 다음 날은 배달 쌀국수 + 도넛을 먹어서 그런지 제대로 한끼를 먹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손님이 많이보이는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가 피자, crab cake, 연어 샐러드 등을 주문하였다. Crab cake은 처음 먹어보는데 궁금해서 주문해봤다. 맛은 게살 고로케맛. 샐러드는 Feta cheese가 들어있고 드레싱이 짜서 많이 먹지는 못하였고, 피자 역시 굉장히 짰다. 나의 정착을 도와주러 미국을 함께 온 가족들과 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상상치 못한 짠맛과 신맛으로 인해 첫 외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피자는 테이크아웃을 하였고, crab cake과 샐러드는 전부 먹었다. 뷰와 위치는 좋았지만 다시는 가지 않을듯(실제 LA를 떠나기 전까지 이 식당은 다시 찾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파머스마켓 등을 구경하였다. 스위츠 샵은 내부가 귀여워서 구경만.
확실히 LA는 공간적으로 트여있는 느낌이 들어 낮에 나가면 해방감이 들었다. 야자수와 푸른 하늘. 도심 속 오아시스같은 느낌. 현재는 다른 주에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LA 특유의 분위기 - 햇살, 날씨 그리고 야자수 -를 잊지 못해 언제나 그리워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LA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
현재 살고 있는 주의 Famers market은 주중 및 주말 특정한 날에 시장이 열리고 있다. 주로 square 라고 불리우는 광장이나 교회/성당 주변에서 열린다. 다만, LA Farmers market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 그냥 시장 이름이다. LA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서, 현재 살고 있는 주에서도 LA에서 온 사람들에게 'LA farmers market'을 얘기하면 대부분 위치를 알고 있다. Farmers market 포스트는 구체적으로 다음에 남기기겠지만, 생선 가게, 치즈 가게, 과일 가게, 채소 가게, 와인 등 주류 가게, 디저트 가게, 바베큐 식당, pub 등이 다양하게 모여 있다.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라 구경하고 먹는 재미가 있다.
다음으로는 trader's joe에 시장을 보러가면서, 그 근처에 있던 맛있어보이는 도넛 가게도 들렸다.
trader's joe는 다양한 식재료 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vegan, gluten-free 간식 등이 구비되어 있기에 나에게 맞는 식단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 트레이더조 및 홀푸즈를 포함한 미국 식료품점들은 대부분 비건, 글루텐프리 등의 메뉴가 다양하게 구비되어있어, 나 역시도 비건과 글루텐프리를 몇개월 동안 시도해보기도 하였다. 그만큼 식단의 다양성을 존중해준다는 것.
우유 역시, whole milk, almond milk, oat milk, and coconut milk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에 따라 요거트 역시 다양하게 고를 수 있었다. 한국에서 거주할 때는 그릭 요거트(greek yogurt)를 먹었었는데, 미국에 와서 코코넛 요거트나 아몬드 요거트 등도 시도해보게 되었다. 알고보니 나는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는 피부였기에, 한동안은 dairy-free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피부 트러블이 잠잠해진 이후로는 유제품을 먹기는 하지만 최소한으로 먹고 있다.
도넛 가게는 훨신 깔끔한 느낌이었지만, 도넛 자체는 어제 먹은 도넛이 훨신 좋았다. 결국, 이 도넛 가게도 이 이후로는 다시는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물론, 사람의 입맛은 상대적이기에 혹자에게는 맛있는 도넛일 수도 있다.
저 당시에는 토마토를 굉장히 저렴하게 팔았는데, 이제는 저런 가격의 토마토는 '적어도 내가 사는 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사진을 볼 때마다, 미국 마켓들의 과일 진열 센스에 감탄을 반복한다. 너무 먹음직스럽다. 형형색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