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가 많은 엘에이. 차량을 구입하고 활동 범위가 넓어지다.
LA는 안전하지는 않다.
아버지는 고집이 세다. 미국을 가보신 적도 없다. 물론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와 9박 10일 여행을 온 것 외에 미국을 와본 적이 없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미국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나는 시카고나 펜실베니아에 있는 학교를 가고 싶었으나, 아버지는 미국은 무조건 LA로 가야 한다고 고집하셨다. 지인들에 의하면 LA가 그렇게 좋다고.
어쨌든 LA는 좋았다. 날씨, 분위기 그리고 사람 모든 게 좋았다. 영어가 늘지 않았을 뿐 한국인으로서 생활하기도 정말 좋았다. 단 하나, 치안이 문제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LA의 노숙자(홈리스, homeless) 상황은 전혀 모르셨던 모양이다. LA는 상상이상으로 노숙자가 많다. 뉴욕 시내도 어딜 가나 노숙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분들은 대개 각자도생을 하고 있고 행인들에게 말을 걸진 않는다(물론, 노숙자가 행인들에게 말을 거는 경우들도 간혹 존재한다.). 반면, LA 노숙자들은 각자도생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군집'을 이루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LA city도 지역마다 상이하나 보행자 도로 위, 고가도로 밑 등에 텐트를 쳐놓거나 쇼파 등을 놓아두는 방법으로 실제 '군집'을 이루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산타모니카 블러바드를 지나가던 중에는 한 골목 자체가 노숙자들로 가득 찬 경우도 있었다. 그 골목을 지나갈 수 없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도 무서울 정도였다. 현재는 DTLA로 유명한 LA 다운타운 지역은 과거 노숙자들이 많은 우범지역이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도시개발 차원에서 DTLA 조성을 위해 노숙자들을 남쪽으로 밀어냈기에 DTLA 일부 지역은 과거보다는 안전해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운타운은 여전히 위험하다.
LA 입국 1개월 쯤 되었을 때, 한인타운에 있는 네일샵을 갔었다. LA 거주가 오래되었다는 사장님은 ‘한인타운 내에서는 걸어다니지 말라. 한인타운 뿐만이 아닌 LA 자체에서 밖을 걸어다니는건 위험하다. 어지간하면 차를 타고 다니는게 낫다.’는 조언을 주셨다.
실제 LA에서 밤에 여자 혼자 걸어다니는건 동네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위험하다.
뉴욕에 살다가 LA로 잠시 여행온 친구는, "뉴욕 노숙자들은 그냥 노숙자. LA 노숙자들은 하드코어 노숙자"라는 표현을 했다. 정확하다.
물론 LA city를 벗어나 Burbank city, Pasadena city, Glendale city 등으로 가게 되면 느낌이 확연히 다르긴 하다. 물론 그 지역들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LA city보다는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LA는 살기 좋다. 지상낙원은 맞다.
일부 노숙자 군집들만 빼면 말이다.
LA에 도착하고 나서 시차 적응에 고생을 하던 우리 가족은 동네 탐방을 시작하였다. 당시 우리 가족은, 집 앞에서 노숙자 여러 명을 보게 되었다. 한 노숙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상대방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면 다가와서 한국어로 불평을 시작하곤 했다. 나는 그 후로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노숙자 여성을 여러 번 보았다. 한 번은 USPS(미국 우체국) 안에서, 한 번은 길거리에서. 그분은 신기하게도 다른 동양인들이나 외국인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지만, '한국인으로 보이는' 나를 보면 바로 한국말로 불평을 시작하곤 했다. 달리 해악을 끼치는 노숙자는 아니었기에 별다른 생각이 들진 않았다. 비자나 다양한 문제로 본국에 돌아가지 못해 노숙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는 한다.
그 외 LA 생활을 하며 정말 다양한 종류의 노숙자를 만났지만, 그 사람들이 나를 따라온다거나 해악을 끼치려 한 적은 없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내 친구는 다운타운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길을 걷는데, 선글라스 안으로 노숙자와 눈이 마주치자 이를 눈치챈 노숙자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친구에게 얼굴을 들이민 적도 있다고 한다. 당시 반응을 하게 될 경우 해악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가던 길을 갔었다고 하는데, 남의 일이지만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이다. 따라서, LA 시내를 탐방할 때는 항상 조심할 필요가 있다.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에.
LA city와는 달리, Orange County(OC, 요새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얼바인 등이 있는 곳)의 경우에는 카운티 정책 상, 노숙자를 다른 카운티(LA County)로 쫓아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얼바인에 거주하는 한인이 그런 얘기를 해주었다. 실제로 얼바인을 가보니 굉장히 깨끗하고 안전한 느낌이긴 했다. 그래서 요새 '가족' 단위로는 OC 쪽으로 많이 가는 듯하다. 다만, 학교가 LA city에 있다면, OC에서는 사실상 통학이 어렵다. OC에서 LA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길이 막히면 3시간 까지도 걸린다. 얼바인에서 엘에이로 오는 길은 왕복 5차선이 넘는 엄청 넓은 도로인데, 어느 날은 그 도로 대부분을 막고 공사를 하여 얼바인에서 엘에이까지 3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걸리는데, 왕복 3시간을 매일 길에서 버리기는 힘들 수 있다. 그래서 학교가 LA에 있다면 LA city 혹은 인근 LA county 내에 사는 것을 추천한다.
차가 없이는 이동이 불편한 LA
LA city에도 버스나 지하철은 존재한다. 하지만, 지하철은 노선이 굉장히 짧고 위험하기로 유명하고, 버스 역시 노선이 비효율적이라 사람들이 거의 이용하지는 않는다. LA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보유하여 운전을 하고 다니는데, 주된 이유는 '시간'과 '안전' 때문이다.
LA city는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 지하철이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지하철과 버스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자차로 30분 걸리는 거리가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다.
즉, 로스엔젤레스(LA)는 대중교통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걸어다니기 어려운' LA 시내에서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필요했다. 그러한 관계로, 유학생들이라면 학교 기숙사 혹은 학교 근처 집을 얻는 것을 추천한다.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친구차를 탑승하거나 우버를 타고 잠시 외부를 나가면 되기에 크게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다. 다만, 나처럼 머리가 다 커서 유학을 오거나 직장 등의 이유로 이주를 하는 경우에는 자차 혹은 렌트를 강력히 추천한다.
우버(Uber)나 리프트(lyft)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매일 모범택시를 타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면 만만치 않다. 특히나, 우버나 리프트는 탑승 후 팁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팁을 주지 않을 경우에는 '승객' 평점을 낮게 주는 기사들이 있고, 승객 평점이 낮을 경우에는, 우버나 리프트를 불러도 차가 잘 잡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미국에서 계속 거주한 친구들이나 미국인 친구들이 우버나 리프트를 탑승한 뒤 특별히 여행 가방 등을 트렁크에서 빼주는 등의 추가적 서비스를 받지 않은 경우엔 팁을 생략하는 경우도 많이 봤으니, 이 점은 참고 바란다.
결국, 나는 LA 입국 후 차량이 없어 곤란을 겪던 중, 운 좋게 개인 거래를 통해 좋은 상태의 중고차(거의 새 차!)를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carmax, carvana 등이 가장 유명한 중고 거래 사이트인데,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편하게 중고차를 고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에서 예약을 하고 가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carmax가 가장 신뢰할 만한 중고 거래 사이트 같다. 대학원 베프인 필리핀 친구들이 Carmax에서 차량을 구입했다. 나는 다른 주로 갈 때 carmax를 이용해 차량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진 않았다(차량 판매는 추후 포스팅 예정).
유학생이나 주재원 등 한국/본국으로 돌아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연결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해당 차량을 구입하는 개인거래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나는 한국으로 복귀하는 유학생의 차량을 개인적으로 구입하였다. 주재원이라면 이전 주재원의 차량, 유학생이라면 학교 게시판 등을 통해서 좋은 개인 매물을 찾을 수 있다.
출국 전 국제면허증 발급을 받아두었다.
출국 전 받아둔 국제면허증으로 단기 운전이 가능했으나, 운전 경력이 나보다 30년은 더 긴 엄마(역시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으셨다.)가 LA에 머무르는 동안은 운전을 해주신다고 하셨기에 실제 운전대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또한, 내가 알기로는 국제면허증은 '관광 목적'으로 체류하는 사람과 '거주 목적'으로 체류하는 사람의 유효기간이 각기 달리 정해져 있다. 괜히 미국에서 교통범칙금을 받고 싶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했던 것 같다. 물론, ‘1년’ 정도 체류하시는 분들은 국제면허증으로 운전을 하고 다니시기도 하는데, 실제 교통경찰이 체류 비자를 확인하게 되면 괜히 피곤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을 잘 확인해 보는 게 좋을듯하다.
출국 전 함께 동행하는 가족들의 국제면허증을 발급해 두는 것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운전면허증 시험 응시 등
모든 것들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국에 온 지 5 - 7일 사이에 중고차도 마련하고, 인터넷으로 운전면허 필기시험 접수도 해두었다. 이어서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필기시험도 합격해 뒀다.
필기시험 접수는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나 시험 응시는 현장에서 보아 야한다.
나는 필기시험은 west hollywood에서 보고, 실기시험은 외곽으로 가서 응시하였다. 여기서 가장 신기한 점!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LA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한국어로도 볼 수 있었다.
필기시험 합격 여부는 당일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기시험 합격 시, 바로 임시운전면허증이 나오고,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 차량관리국)에 직접 온라인 또는 전화로 실기시험을 신청하면 된다.
필기시험은 엄마와 동생이 있을 때 응시했기에 DMV를 함께 갔지만, 실기시험은 가족들이 돌아간 이후 응시했기에 좀 외로웠다.
필기시험 합격 후 약 10일 내지 15일 후 LA 외곽에서 실기시험을 보았다. 시험장마다 합격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험장을 잘 골라야 하는데, 차량이 많고 사람들의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할리우드 주변 등 도심에서 실기시험을 보면 합격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외곽에서 시험을 보았다. 실제 뉴욕주에 거주하는 중국인 친구는 실기시험을 벌써 3번이나 탈락했다. 자비가 없는 맨하튼 운전자들이 친구 차량 앞으로 막 끼어들거나 감독관 지시에 따라 주차를 하는 중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 등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하여 탈락했다고 한다. 실기시험은 무조건 교외에서 응시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다행히도 실기시험도 바로 합격! 실기시험 결과도 현장에서 바로 알려준다. 실기시험 내내 감독관이 옆에 앉아 '주차를 해보아라' 등을 영어로 지시하며 체크리스트에 체크를 한 후, 시험이 끝나면 체크리스트를 돌려주며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나는 체크리스트 1개 차이로 합격했다. 나의 운전경력을 고려했을 땐, 살짝 굴욕적이었으나 합격에 의의를 두었다.
. 참고로, 미국은 실기시험을 보러 갈 때, 보험이 가입된 차량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 차량이 없을 경우, 실기강사를 고용하여 강사의 차량으로 시험을 보면 된다. 내 중국인 친구는 4번의 실기시험 모두 실기강사의 차량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차량을 구입한 이후,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물론 운전은 엄마가 해주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차량이 생긴 김에 말리부와 디즈니랜드까지 모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가족이 돌아가기 전 차량을 구입하길 잘한 것 같다.
LA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어려워 시간이 천천히 흘렀지만, 한번 익숙해지고 나니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른 채 정착을 하기 위해 버둥거렸던 그 시기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로워 하늘만 봐도 행복했지만 이곳 생활이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행복 레벨이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