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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a Apr 05. 2024

[한국-LA] 무모한 도전? 새로운 시작?

잘할 수 있을까? 난 준비가 되었을까?

D-day! 미국으로 출발하는 날.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큰 슈트케이스 두 개, 중간 케이스 한 개, 그리고 기내용 가방을 준비했다. 필요한 것들만 추리려고 하였지만,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며 너무나도 많은 물건들을 쌓아두었기에 그 과정조차도 쉽지 않았다. 필요한 게 있다면 가족들이 택배로 보내주기로 하고 일단 출발하기로 하였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첫 번째 과정은 토플을 준비하고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었다(이 부분은 추후 게재할 예정). 학교 선택에 관하여 아버지와 상의를 자주 하였는데 "한국 사람이 많은 LA를 가는 것이 여러모로 생활이 편하고 안전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조언에 따라 LA(Los Angeles, 로스앤젤레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생활이 길어진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단기적으로는 아버지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가장 큰 걱정은 '내가 과연 미국에서 혼자 버틸 수 있을까?'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수년간 한 나조차도 이런 걱정이 들었다면, 어린 학생들은 얼마나 불안과 걱정이 앞서겠냐는 생각이 들어 일단은 그 걱정을 미뤄두기로 했다. 다행히도 엄마와 동생이 정착 여정에 합류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 카운터로 들어가는 길.

당분간 한국을 돌아올 일이 없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두었다.

나는 유학생 신분으로 F-1 비자 소지자였고, 그에 따라 학교에서 i-20을 발급해 주었기에, (1) F-1 비자가 발급되어 있는 여권, (2) i-20 출력물 등을 체크인 카운터에 제시하였다. 탑승 수속 절차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였다.

(참고) i-20 출력물은 필수이니 꼭 챙기기 바란다.

체크인 카운터를 빠져나가는 동생

초등학생 시절 엄마와 함께 9박 10일 동안 미국 서부 여행(LA- Las Vegas - San Francisco)을 다녀온 이후로는 미국을 가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까다로운 미국발 비행기 체크인 절차에 적잖이 놀랐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대학원 지원 이전에는 미국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는 미국 서부가 그렇게나 넓은지, LA County 조차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공항 라운지에서 1시간가량을 보내면서 책을 읽거나 여행 책을 읽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는 미국 자체를 처음 가보는 데다가 가족들이 정착을 도와주러 따라왔기에 관광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는(이상하게도 직장생활을 하며 성격이 변하여, 업무 외 삶에 관하여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이 되었었다.) 나의 특성상 여행 책을 잠시 훑어보다 말았다.


이제 곧 이륙이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울렁거림이 찾아왔다.

한국을 떠나, 가족을 떠나 다른 언어로 생활을 한다는 것이, 당분간은 이곳을 올 일이 없다는 것이 현실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창문 밖 인천공항 터미널을 보며 울렁거림을 다스리려 노력하였다. 다 잘될 거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하였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마자 잠에 들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엄마가 나를 깨워 다행히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선택지들이 다양하게 있었지만, 나는 비빔밥을 선택하였다. 대한항공은 원래 비빔밥이 맛있기도 하지만, 미국에 가게 된다면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인지 비빔밥 사진은 없지만, 식전 메뉴와 디저트가 꽤 괜찮았다. 당분간은 술을 멀리하는 중이었기에 와인을 마시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 당시 와인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던 사람이었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등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레드와인에서는 merlot 정도를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와인에 대한 지식 자체가 없었다.  


와인을 전혀 즐기지 않았던 나는, 미국 생활을 하며 어쩌다 와인에 빠지게 되었다. 심지어 작년에는 프랑스 와이너리 여행까지 다녀왔을 정도이다. 나의 와인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되겠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미국 생활이 나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와인'아니었을까 싶다.


잠을 자다 깨다 간식을 먹다 자다 깨다 식사를 하고 자다 깨다를 몇 시간씩 반복하던 중 드디어 LA 국제공항에 입성하였다.


할리우드가 있는 엘에이다! 생각이랑은 많이 다르지만 너무 행복하다.

초등학교 3학년 생인 시절, 엄마와 함께 9박 10일 동안 미국 서부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도, 미국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었다. 어렴풋이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탔던 놀이기구가 떠오르고 MGM 호텔이 떠올랐을 뿐, 그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기억하진 못하고 있었다. 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본 엘에이만을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 LA에 도착하여 렌트한 집으로 가는 길.

생각보다 개발되지는 않은 도시의 모습에(다운타운 엘에이는 신식 고층건물이 많기는 하나)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너무나도 파랗고 깨끗한 하늘과 미세먼지가 느껴지지 않는 공기를 오랜만에 경험하였기에 갑자기 해방감이 몰려왔다. 테헤란로의 빌딩숲을 벗어나 palm tree와 트여있는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행복해졌다.


In-N-Out burger 그리고 집 정리

LA로 오기 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인 앤 아웃 버거(In-N-Out Burger)를 먹는 것이었다. 렌트한 집으로 가기 전 sunset blvd에 있는 In-N-Out Burger를 들렸다. 그때는 그 지점이 나의 go-to place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진 못했고, 인 앤 아웃 버거를 어떻게 customize 해서 먹는지도 몰랐지만...


나도 드디어 인 앤 아웃 버거를 먹는다!라는 감동이 몰려왔다. 지금은 치즈버거, 생양파가 나의 기본 옵션이지만 그때는 무슨 옵션을 선택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처음 먹어본 인앤아웃 버거 맛은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물론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인앤아웃 버거 팬이 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생각보다 별로인데?'라는 느낌이었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 때문이었는지, 새로운 맛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용량 문제로 사진 첨부를 못하였으나, 인앤아웃 버거의 백미는 감자튀김이라 할 것이다. 물론, 그 훌륭한 감자튀김조차 당시에는 '이게 무슨 맛이지?'라는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장거리 비행은 아무래도 입맛의 적인가보다.


이후, LA city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출국 1달 전 다행히도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엄마는 '미국은 무서운 곳이니 안전이 최고이다.'라는 주의였기에, 렌트비는 높았지만 안전하다는 평이 있던 1 bedroom, 1 bathroom (with patio!) 아파트를 미리 얻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렌트비가 높기는 해도 어메너티가 잘 되어 있고(헬스장, 스파, 수영장, 바비큐 그릴 등) 아파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였기에 무서운 LA에서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아파트 밖을 나가면 홈리스들이 앉아있거나 걸어 다니는 경우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등 이주를 하는 경우, 정착 지원 settlement assistance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들이 자주 있다. 정착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은행 계좌 개설, 집 구하기, 공항 픽업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기에 편리할 수는 있으나 비용이 상당하다. 집을 구할 때는 realtor (부동산 중개인)를 통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국 주마다 법이 달라서 리얼터가 어느 정도의 중개 수수료를 청구하는지를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집 구하기는 zillow app이나 구글 맵을 통해 마음에 드는 집을 물색한 뒤, 해당 아파트 availability를 직접 알아보면 중개비를 아낄 수 있다. 또한, 계좌개설 등도 영어만 할 수 있다면, 직접 Bank of America 등을 찾아가면 친절하게 개설을 할 수 있으니 잘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집을 미리 구했다면, Amazon.com 등을 이용하여 이사할 집으로 미리 매트리스 등 택배를 보내놓으면 좋다. 나는 출국 며칠 전 Amazon.com에서 배송기간을 확인한 뒤 미리 매트리스를 주문해 놓았고, 입국 다음날 바로 IKEA를 방문하여 필요한 가구 등을 구입하였다. IKEA나 Amazon에서 구입하는 가구들은 대부분 직접 조립을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혼자 조립을 못하는 경우는 taskrabbit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LA 1 bedroom 아파트는 굉장히 넓었다! 또한, 거실이 넓고 빛이 잘 들어왔고, 아파트 전체가 하얀색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방음이 지나치게 좋지 않아 집 밖을 지나가는 이웃들의 대화소리 나 다른 층에 살고 있는 이웃의 노래 부르는 소리 등이 들리기는 했다.


첫째 날, 장거리 비행에 지친 우리는 매트리스와 침구를 바닥에 깔고(동생은 바닥에 토퍼만 깔고 잤다.)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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