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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Dec 03. 2019

따귀를 때린다는 것은

그것은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일 지도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의 따귀를 때릴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 부득이하게 교육 목적으로 아이들을 체벌할 경우에는 반드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의 매라고 했다.

도구 없이 내 손바닥으로 누군가를 때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많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란 걸 오늘 알았다.
오늘 아이의 손바닥을 때렸다.
정확히는 서로 부딪쳤다는 표현이 맞을 듯ᆢ
얼마 전 딸아이의 손톱을 봤는데 손톱을 너무 뜯어서 손톱의 3분의 1 정도가 없어졌다.
생각해보면 난 그녀의 손톱 발톱을 깎아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깎아 줄 손톱이 없어서ᆢ

7살 때였다.
하도 손톱을 물어뜯어서 타일러도 보고, 바르면 손톱 뜯을 때 쓴 느낌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지 않는다는 약도 발라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도깨비 학교에 가는 거였다

나는 그녀에게
-오늘은 엄마가 집에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도깨비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
거기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아이들의 엄마가 가는 곳이야.
그곳에 가면 그동안 자기 아이가 물어뜯은 손톱이 얼마인지 알 수가 있대.
도깨비들이 자기 아이가 뜯어 놓은 손톱을 여기저기 막 흩어놓는데 엄마들은 그 흩어져 있는 손톱을 다 주워야지만 도깨비 학교를 나올 수 있는 거래.
도깨비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무조건 가야 한대.

난 도깨비 학교에 갔고,
얼마나 많은 손톱이 쌓여 있는지 봤고,
그곳에는 많은 종류의 청소기가 있었는데 빗자루가 위에 달려 있는 청소기는 도깨비들이 손톱을 넣으면 여기저기 뿌리는 청소기였다고.
, 손톱 모양의 청소기는 손톱 끝에 눈이 달려 있어서 자기 손톱 하나를 청소기에 넣으면 흩어져 있는 손톱들 중에서 자기 손톱들을 다 찾아내는 신기한 로봇이었다고.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 소설가도 될 수 있다.

손톱 물어뜯는 버릇은 이렇게 사연이 많은 거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고친 줄 알았는데 이곳 밴쿠버에 와서 다시
손톱이 없어진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그런 줄 알고 그냥 가끔씩 흘리는 말로만 이야기했는데 얼마 전에 보니 손톱 상황이 심각했다.
더 깎을 것도 없는 손톱을 다듬으면서 앞으로 네 손톱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면서 다음 손톱 자를 때까지 물어뜯은 손톱이 있으면 하나당 5대씩 때릴 거라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어제.
그녀의 손톱은 다섯 개가 물어 뜯겨 있었다.
아이와 한 약속이니 안 지킬 수도 없었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때리는 내 손바닥이 이렇게 아픈 줄ᆢ
그 작고 여린 손바닥을 다른 물건으로 때리는 건 상상할 수 없어서 내 손바닥으로 때렸는데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내 손바닥이 너무 아파서 울었다.
서로 너무 아파 중간중간 쉬다가 울다가
결국 스물다섯 번 손바닥 마주치기가 끝났다.

아이는 엄마도 아픈 걸 알기에
미안하다고 다음부터는 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는 아이에게 엄마가 손바닥으로 때린 이유를 설명하며 오래된 나쁜 습관 고치기가 얼마나 힘든 건지를 알려 주었다.
둘이 한참을 안고서 웃다가 울다가 그렇게 또 하나의 사연을 만들었다.
아이를 재우고 잠든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구 없이 손을 사용해서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 상대에 대해 아직 내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거라는,
그래서 그 감정을 손에 묻혀 상대에게 전달하는 거라는,
누군가를 내 손으로 때릴 때 내 손도 아픈 거라는.

따귀를 때린다는 것은
그만 두자가 아니라
어쩌면
다시 시작하자가 아닐까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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