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를 때린다는 것은

그것은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일 지도

by jelluda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의 따귀를 때릴 수 있어?
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 부득이하게 교육 목적으로 아이들을 체벌할 경우에는 반드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의 매라고 했다.

도구 없이 내 손바닥으로 누군가를 때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많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란 걸 오늘 알았다.
오늘 아이의 손바닥을 때렸다.
정확히는 서로 부딪쳤다는 표현이 맞을 듯ᆢ
얼마 전 딸아이의 손톱을 봤는데 손톱을 너무 뜯어서 손톱의 3분의 1 정도가 없어졌다.
생각해보면 난 그녀의 손톱 발톱을 깎아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깎아 줄 손톱이 없어서ᆢ

7살 때였다.
하도 손톱을 물어뜯어서 타일러도 보고, 바르면 손톱 뜯을 때 쓴 느낌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지 않는다는 약도 발라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도깨비 학교에 가는 거였다

나는 그녀에게
-오늘은 엄마가 집에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도깨비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
거기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아이들의 엄마가 가는 곳이야.
그곳에 가면 그동안 자기 아이가 물어뜯은 손톱이 얼마인지 알 수가 있대.
도깨비들이 자기 아이가 뜯어 놓은 손톱을 여기저기 막 흩어놓는데 엄마들은 그 흩어져 있는 손톱을 다 주워야지만 도깨비 학교를 나올 수 있는 거래.
도깨비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무조건 가야 한대.

난 도깨비 학교에 갔고,
얼마나 많은 손톱이 쌓여 있는지 봤고,
그곳에는 많은 종류의 청소기가 있었는데 빗자루가 위에 달려 있는 청소기는 도깨비들이 손톱을 넣으면 여기저기 뿌리는 청소기였다고.
또, 손톱 모양의 청소기는 손톱 끝에 눈이 달려 있어서 자기 손톱 하나를 청소기에 넣으면 흩어져 있는 손톱들 중에서 자기 손톱들을 다 찾아내는 신기한 로봇이었다고.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 소설가도 될 수 있다.

손톱 물어뜯는 버릇은 이렇게 사연이 많은 거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고친 줄 알았는데 이곳 밴쿠버에 와서 다시
손톱이 없어진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그런 줄 알고 그냥 가끔씩 흘리는 말로만 이야기했는데 얼마 전에 보니 손톱 상황이 심각했다.
더 깎을 것도 없는 손톱을 다듬으면서 앞으로 네 손톱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면서 다음 손톱 자를 때까지 물어뜯은 손톱이 있으면 하나당 5대씩 때릴 거라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어제.
그녀의 손톱은 다섯 개가 물어 뜯겨 있었다.
아이와 한 약속이니 안 지킬 수도 없었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때리는 내 손바닥이 이렇게 아픈 줄ᆢ
그 작고 여린 손바닥을 다른 물건으로 때리는 건 상상할 수 없어서 내 손바닥으로 때렸는데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내 손바닥이 너무 아파서 울었다.
서로 너무 아파 중간중간 쉬다가 울다가
결국 스물다섯 번 손바닥 마주치기가 끝났다.

아이는 엄마도 아픈 걸 알기에
미안하다고 다음부터는 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는 아이에게 엄마가 손바닥으로 때린 이유를 설명하며 오래된 나쁜 습관 고치기가 얼마나 힘든 건지를 알려 주었다.
둘이 한참을 안고서 웃다가 울다가 그렇게 또 하나의 사연을 만들었다.
아이를 재우고 잠든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구 없이 손을 사용해서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 상대에 대해 아직 내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거라는,
그래서 그 감정을 손에 묻혀 상대에게 전달하는 거라는,
누군가를 내 손으로 때릴 때 내 손도 아픈 거라는.

따귀를 때린다는 것은
그만 두자가 아니라
어쩌면
다시 시작하자가 아닐까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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