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엄마가 언성을 높이며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어? 무슨 일이지?’하고 방 안에서 귀를 쫑긋하고 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엄마의 친한 지인과 유선상으로 다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엄마에게 “무슨 일로 다툰 거야?”라고 물었더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기에 “아니야,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그래”라고 했더니 “아니, 그냥 연락했다가 연락이 안 돼서 나도 모르게 화를 냈나 봐”라고 했다. 그래서 ‘아니, 왜 연락이 안 되는 걸로 화를 냈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냥, 너도 집에 있어도 네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고, 엄마도 대화가 필요해”라고 했다. 순간, 머리를 세게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바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일단은 어떤 말도 쉽게 꺼내지 않기로 했다. 괜히 쉽게 말을 꺼낸다면 그건 그저 하는 말로 들릴 것 같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엄마의 쉬는 날의 일상을 관찰해 보게 되었다. 집에 있을 때면 TV를 보다가 밥을 하고 베란다에 있는 화초에 물을 주고 하염없이 그냥 화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화초를 그렇게 좋아했었나? 되게 소녀 감성이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양희은 저자 『그러라 그래』 中 -찬란한 봄꽃 그늘에 주눅이 든다-의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 여러 잡다한 생각들은 날아가고 마냥 바라보게 된다.'라는 구절을 읽었다.
우리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보고 있던 걸까? 내가 착각을 했다. 그래서 이후로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함께 보고, 동치미를 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얼른 퇴고를 마치고 다시 엄마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