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젤리명은 Oct 02. 2022

관계

가끔 현실을 돌아볼 시간이 올 때가 있다. 보통 이럴 때 우리는 '현타'가 온다고 한다. 나는 100의 마음을 다 주었는데, 상대방은 100이 아닌 90, 80, 그 이하의 숫자의 마음으로만 대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이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사실 원래부터 우리의 관계는 그 정도만 해도 되는 관계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혼자 앞서서 100을 쏟아 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냉정하게 ‘아, 우리는 90, 80, 그 이하의 관계였구나’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관계의 재정립을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것을. 혼자 상처받고 힘들어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그래도 나이가 서른을 넘어가며 조금은 단단한 내가 된 걸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관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2021년의 나는. 그리고 나보다는 훨씬 오래 사신 양희은 님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를 읽던 中 관계에 대한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 가져왔다.




사람은 세월이다. 친구 역시 함께 보낸 시간과 소통의 깊이로 헤아려야 한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바다 위 반짝이는 윤슬같이 가벼운 대화로 깔깔거릴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알고 지낸 시간은 짧아도 마음속 깊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있다. 모두 나를 양희은답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사람들. 더 챙기고 아껴주며 살 작정이다.


출처: 양희은 - 『그러라 그래』 中 30p



참, 삶은 더 살아봐야 관계에 대해 저렇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걸까? 내가 어떻게 정리하기 어렵던 관계들이 정말 쉽게 정리가 되었다. 모두 나를 박명은답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사람들.

이전 20화 관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