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여기 간절하지 않은 사람 없잖아요. 다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오신 거잖아요.
기준이란 무엇일까? 좋아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잘 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 나와 비슷한 영역과 나와 다른 영역. 그 영역 사이에는 어떤 벽이 놓여 있는 걸까?
문학과지성사가 선정한 '이 계절의 소설'이 담긴 『소설 보다 : 봄 2020』이 발간됐다. 책에는 김혜진의 「3구역, 1구역」,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 한정현의 「오늘의 일기예보」로 총 3편이 수록됐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이다. 그간 장류진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과 직장인들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현실적이고 통통 튀는 문체로 눈길을 끈 바 있다.
장류진의「펀펀 페스티벌」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 오랜만에 이찬휘에게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이찬휘는 화자와 오래 전 합숙 면접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화자는 자연스럽게 그 날의 일을 회상한다.
이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화자의 입으로 소개되는 '이찬휘'라는 캐릭터다. 이찬휘는 "대형 기획사 연습생 출신, 『대학내일』 표지 모델 경력에, 외대 3대 미남 x, y, z 중 y를 맡고 있는" 인물로, 화자는 그와 함께 밴드 조에 몸담으며 보컬 포지션을 맡게 된다.
이때 작품 속 이찬휘는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인 동시에 마치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친 것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내세울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늘 자신감에 가득 차있고, 자신이 해낸 것 보다 부풀리는 것을 더 잘하는 사람. 그는 퀸의 'Don't stop me now' 가사도 모르면서도 당당한 표정으로 무대를 누비고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화자는 그렇지 않다. 이찬휘에게 자신의 '쪼'를 지적받은 탓에 의기소침해지고, 결국엔 무대 위에서 계획되지 않은 행동으로 일종의 '흑역사'까지 생성하고야 마는, 이찬휘와는 완전히 다른 좌표 위에 놓인 사람이다. 때문에 화자는 그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왜 나는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저 애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게 된 거지?"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을 다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생각한다. 비록 최종 면접에서는 불합격을 받았을지 몰라도, 결국엔 "내 '쪼'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자신의 흑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뱅 뱅'을 부르는 화자의 모습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똑바로 마주볼 수 있는 일종의 용기처럼 느껴진다.
장류진은 조연정과의 인터뷰에서 "시켜줘도 내가 못 할 것 같은 느낌.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나는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든 적 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예감에서 탄생한 '펀펀 페스티벌' 속 화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걱정과 생각 한 편을 드러내는 듯하다. 끝나지 않는 경쟁과 견고한 피라미드 한 가운데서 그럼에도 버티고 경쟁해야 하는 현실.
작품은 경쟁 사회의 한 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하는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럼에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따로 있으니 걱정을 덜어도 좋다는 것. 내 '쪼'대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