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 Love myself -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2023년 1월경 작성 후 저장했던 글입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 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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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 치이다 보니 시를 자주 찾아 읽지는 못하지만, 읽는 것 자체는 좋아한다. 수험생 시절 한참 전부터 재미있는 시나 글귀를 적어두기도 했으니까 시 읽은 지 최소 8년은 되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나를 스쳐 갔을, 내가 지나갔을 많은 시 중 가장 뇌를 뚫고 지나가는 듯한 울림을 준 시는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이 하나뿐이었던 듯 하다. 학창시절을 지나 대학교 졸업반을 앞두고 휴학한 지금까지도.
글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기에는 내 나이가 아직은 스물셋, 그리 많다고는 보기 어렵다. 짧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오랜 '세월'도 아니고, '아주 오랜' 세월은 더더욱 아닐 테니.
그러나 '너무나 많은 공장'에서 멈춰버렸다. 입시를 마치고, 대학에 와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록해 왔었는지, 문득 생각났다. 블로그에, 네이버 카페에, 어플에, 각종 서류에. 정말 많은 것들을 기록했고 해왔다. 그게 당연한 거고, 나는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이걸 '어리석'단다.
지칠 줄 모르고. 내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여기서 가져왔으니 2차적으로 한 대 맞은 기분. 더군다나,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 맞긴 하다. 13년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내 10대를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1년을 꼽으라면 그때일 것. 뭐 하나 모자람 없고 모나지 않았던 시절,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그 10년이란 시간이 너무 신기해 곱씹어본 적이 있다. 그간 뭘 했는지.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노라. 그렇게 곱씹었던 시간 동안 누군가 나를 두려워했을까?
사람 생각 모르는 거니까 확답은 못하겠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는 없었다. 헝거게임 같은, 죽지 않으면 죽여야 하는 내신 싸움에선 모르겠다. 인간관계상에서라면, 날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뒤에 소위 말하는 '빽'도 없었고, 세력이 강한 것도 아니고, 패거리 소속도 아니었으므로.
그렇다면 그렇게 힘없이 살아오는 책갈피 같았을 내게, 희망은 뭐였을까. 기억도 잘 안 나지만, 한때는 외고에 합격한 동아리 선배들이었고, 한때는 전교권 내신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하단처럼 사랑을 찾아 헤맸던 건 아닌 걸까? 잘 모르겠다. 내 기억 속 희망에 질투의 감정은 있었지만, 사랑을 찾아 헤맸는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가 알아봐주는 것, 나에 대한 평판이 높아지는 것이 한 팬클럽 느낌의 '사랑'이라면, 사랑을 찾아 헤맸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나면서도 나를 스스로 사랑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므로.
남들은 다 야무지고, 성적도 좋고, 외모도 체형도 좋(?)고, 갓생을 살고 있고, 인간관계도 좋고, 성격도 좋은데 나는 그 무엇도 아니었으므로. 내 특유의 매력이 있는지 나 스스로조차 의심했고 몰랐기에 그 시절이 모두 지난 지금까지도, 나 스스로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므로.
내 이야기만 같았던 그런 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걸까.
마음 속 공장들을 무너뜨리기에는, 두렵다. 사회적으로 이미 약속한 활동인 것이므로 함부로 무너뜨리기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저런 공장들이 사라지면 나는, 황폐하다 못해 휑한 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므로.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할지도 모르고 결과적으로 개선되는 게 없을지 모르므로.
저 공장들을 무너뜨리는 것보단, 잘 굴려가면서 내 특유의 매력을 만드는 게 맞는 거겠지. 그리고, 그 매력에 반하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