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이 많은 조직, 말이 통하는 조직

리더의 한 문장이 조직의 분위기를 바꾼다

by 델리만쥬

* 조직은 꼭 회사 팀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시작은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팀플처럼 작은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팀장이 있고, 각자 맡는 역할이 있고, 그걸로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거면 뭐든.


가끔 그런 일들이 있다. 회의를 했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 분명 회의는 끝났지만, 정리는 안 되는 일들.

말은 충분히 오갔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돌아오는 길에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여러 번 겪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회의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의 문장 문제 아닐까.’

경험 1: “좋은 의견이네요”라는 말의 함정

대학생 때 진행했던 한 팀플 이야기다.

* TMI: 필자는 학과 대표를 시작으로 팀장 역을 많이 맡았었지만 아닌 경우도 꽤 많았다. 아닌 경우엔 아이디어를 활달하게 제시하는 편이었다.


“좋은 의견이네요.”

그 말은 따뜻했다. 누구도 무시당하지 않았고, 회의 분위기도 부드러웠다. 심지어 짧고 굵게 끝났다. 하지만 그 다음 문장은 없었다. 어느 아이디어를, 왜 택하는지,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그날 이후, 분위기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워졌다.
‘좋은 의견’은 많았지만, ‘선택된 의견’은 없었다. 좋은 사람이고, 좋은 말이었지만 방향은 생기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리더의 한 문장은 분위기를 지킬 수는 있어도 방향을 만들지는 못한다. 소위 말하는, 'F'가 아니라 'T'일 필요성이 분명히 있는 직책이 바로 리더라는 것이다.


경험 2: “이건 내가 책임질게요”

이건 지금 회사 이전의 회사에서 경험한 일이다.

전혀 다른 장면을 봤다. 기본 계약인 6개월에 맞췄던 타임라인이, 방향성이 뒤틀리고 개강이 겹치면서 많이 늦어지고 있었다.


팀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가던 순간, 우리 팀 리더는 “일정 조율이나 외부 커뮤니케이션은 제가 맡을" 테니, 여러분은 지금 맡은 부분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그 한 문장이 분위기를 바꿨다.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공기가 달라졌다. 책임이 위로 올라갔고, 집중은 아래로 내려왔다.

그 이후로 팀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어떻게든 해당 주차에 하기로 했던 부분까지는 밤을 새워 마쳤고, 문제가 생겨도 숨기지 않았다.

리더의 말 한 문장이 그렇게 안전을 만들었다.


리더의 말은 ‘공기’를 만든다

조직에서 리더의 말은 단순한 의사표현이 아니다. 허용의 범위를 정하고, 책임의 위치를 결정하고, 실패의 무게를 분배한다. 같은 사람이어도, 팀원들보다 더 무거운 말들이다.


리더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네가 판단해.”

“그쪽에서 알아서 정해보고 알려줘.”

“좋은 의견이야.”

“일단 해보자.”

표면적으로는 자율을 주는 것만 같다. 하지만 맥락에 따라 이 말은 방임이 되기도 하고, 책임 전가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이건 내가 결정할게.”

“이 부분은 내가 막아볼게.”

“실패해도 괜찮다.”

“이 방향으로 가자.”

이 말들은 때로는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함은 사람을 안심시킨다. 리더의 문장은 그렇게 회의록에 남는 문장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에 남는 흔적이 된다.

또 하나의 장면: 말하지 않은 문장

흥미로운 건, 어떤 리더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아도 분위기를 바꾼다는 점이다.

질문이 나왔을 때 바로 평가/대답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태도, 누군가 실수했을 때 표정이 흔들리지 않는 태도, 성과를 언급할 때 특정 개인이 아닌 팀을 먼저 말하는 습관.

말은 적었지만, 신호는 분명했다.

“여긴 안전하고,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다.”

그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더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 TMI : 회사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S기업에선 그래서 실제로 'Can(캔음료) Meeting'이라고 해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미팅 시간을 도입해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때 좋은 리더란 모두의 의견을 잘 듣고 잘 반영하는 중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장면을 겪으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좋은 리더는 모두의 말을 듣는 사람이라기보다 듣고 나서 방향이나 솔루션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듣기만 하면 책임은 공중에 떠 있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해석을 한다. 같은 task를 부여받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방향이 제시되면 그 순간부터 에너지가 모인다. 결정은 누군가의 부담을 증가시킬지 모르지만, 결정을 미루는 건 모두의 부담을 늘리고 결국 프로젝트의 완성도, 혹은 그 여부가 떨어지는 행위다.


그 안에서의 나: 나는 어떤 말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팀장이나 대표 경험이 없진 않다. 또래에 비한다면 오히려 많은 편일 것이다.

학원에서, 교내외 대외활동에서, 어쩌다 보니 이젠 회사에서도 누군가의 판단을 기다리는 자리에 서 있지만, 아직 리더라 부르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때마다 고민한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아니면 방향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갈등이 싫다. 경쟁이 싫고 누군가의 의견을 자르고 거절하는 게 부담스럽다.


부끄럽지만, 그래 예전엔 자주 이렇게 말했다- “다 좋네요. 조금 더 생각해볼까요?”

그 말이 얼마나 편한지, 그리고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할 수 있는지도 이제는 안다. 그렇지만... 거절이 어려운 건 여전해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이 방향으로 가보죠. 다른 의견은 다음 단계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방향을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작은 결론

조직의 분위기는 규칙이나 제도보다 리더의 반복되는 문장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떤 문장을 반복하는지에 따라 사람은 조심스러워지기도, 적극적으로 변하기도, 과감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제 회의가 끝나면 내용보다 문장을 떠올리려 한다.

오늘 이 조직은 어떤 문장을 남겼는가. 그리고 나 역시 어떤 문장을 남기고 있는가.


다음 글에서는 ‘인정’이라는 것이 왜 조직을 오래 버티게 만드는지에 대해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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