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선택한 결혼과 출산
남편하고 연애할 때, "결혼하면 애 낳고 싶어?"라고 그가 물었다.
"어? 결혼하면 당연히 낳아야지."라고 내가 대답하자, 그가 말했다.
"당연히 낳아야 하는 건 아니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
미국사람인 그는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부터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중학생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난 그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자란 나는 결혼을 하는 것과 애를 낳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결혼하면 애를 낳아야지."라고 강요를 받거나 교육을 받은 건 아니다. 지금은 결혼풍토가 많이 바뀌었지만, 내가 연애를 하던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시 내 주위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에, 난 결혼과 출산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은 나와 연애할 때, "내가 만약 인생에서 결혼이란 걸 하게 되면, 너랑 할 건데,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진 아직 잘 모르겠어. 내게 시간을 좀 줄래?"라고도 했었다.
나는 연애를 하면서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헤어지자는 의미라고 생각해서, 난 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었다.
"엄마, 나 차였어."라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내게 엄마는 "괜찮아. 더 좋은 남자 만날 거야."라고 하셨지만, 그를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해 주셨던 엄마도 실망하신 것 같았다.
딱 1주일의 시간이 지난 그는, 해맑게 웃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를 대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남편은 비혼주의자였다고 한다. (!!!)
아니, 그런 건 사랑에 빠지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암튼, 다시 출산얘기로 돌아가자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생소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왜 당연히 해야 하는 건진 몰랐다.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서 최초로 "생각"이란 걸 해보았다.
"아이를 낳으면 뭐가 달라지게 될까?", "내가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는?", "아이 없이 둘만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한 생명체를 죽을 때까지 책임지고 보살필 수 있을까?"
난생처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수십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도 해보고, 그와도 상의를 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주 조금 더 행복할 것 같다는 결론. 그가 날 설득한 건 아니고, 나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대다수와는 다른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이 정말 두려웠다.
미국에 사는 조카들을 몇 년 만에 한 번씩 만나면, "우리도 애 하나 낳을까?"라고 남편과 또 상의를 한다. 며칠 동안 뒤숭숭한 마음과 생각의 매듭을 풀어 다시 상의를 한다.
"아냐. 애를 낳지 않는 게, 조금 더 행복할 것 같아."라는 결론을 또 내린다.
아이를 좋아하고 예뻐하는 것과 낳고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인 것 같다. 난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고, 휴일에도 아이들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는 것. 그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결혼, 출산, 그리고 직업인 것 같다.
<행복한 이기주의자>인 남편은 남들과 달라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사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들의 목소리가 아닌,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쉬운 삶을 살 것인가? 조금 어렵고 두려워도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선택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