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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yfish Jun 19. 2024

남들도 그렇게 다 하니까요.

껍데기만 있는 교육,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건가요?


미국에 사는 조카들이 5년 만에 한국에 놀러 왔다. 첫째 조카가 4살 때 이민을 갔고,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니, 미국에 정착한 지 13년 정도 되었다. 중1인 둘째, 초3인 셋째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나는 오빠네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미국의 교육은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곤 한다. 나는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대학교 생활만 했으니, 미국의 유아동 교육환경은 잘 몰라 궁금한 것이다.


조카들을 보면, 항상 바쁜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바쁜지, 뭘 배우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가 궁금했다.


첫째 조카는 필드하키, 첼로를 배우고, 둘째 조카는 발레, 재즈 댄스, 바이올린. 셋째 조카도 언니들 따라서 바이올린과 발레, 요즘엔 태권도, 스케이트도 배운단다.


"그럼 숙제는 언제 해?"라고 물어보니, "쉬는 시간에 하면 되죠."라고 대답하는 둘째 조카.


"왜 그렇게 많이 다녀? 힘들지 않아?"라고 물어보니, "재밌잖아요!"라는 조카들.




주로 공부 관련 학원을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다니는 한국 아이들.


중학교 1학년 정도만 되어도, 학업에 지쳐서 새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욕망이 없다는 얘기를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다.


"뭐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몰라요." 라고 대답한단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핸드폰.


"뭐 하고 싶어?"라고 물으면, "이거 어때요? 저건 어떨까요?" 하며, 뭐든지 다 하고 싶어 하는 조카들을 보며 한국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카페에서 아빠를 기다리며, 펜과 종이로 2시간 동안 나와 그림을 그리며 깔깔 거리기도 했다.


카페에서 빌린 종이, A4용지 1장. 2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상상 속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유초등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영어를 가르친다기보다는, 미술 활동을 하면서, 영어를 언어로 접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물론 내 수업을 선택한 학부모들은 본인들의 교육관이 다소 뚜렷한 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나중에 아이들이 스스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쯤 되면, 어학원으로 몰려가는 추세이다. 아이는 계속 수업을 하고 싶어 해도, 학부모는 어쩔 없다며 수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OO이가 재밌어하는데, 왜 그만두려고 하세요?" 물어보면, "이제 공부해야죠. 다들 그렇게 하던걸요."라는 대답.


물론 아이가 영어에 대한 경험이 많아, 본격적인 학습을 해도 된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의 불안으로 인해 학원으로 내몰리는 것 같다.




스스로 찾아서 배우려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가 정말로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영어에 귀도, 입도 트이지 않았는데, 파닉스를 가르치고, 책을 읽히는 것 한국의 영어교육. 이제 젖병을 아이에게 이유식을 건너뛰고 마라탕을 먹이는 격.


아직 아이는 달릴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뒤쳐지고 있잖아! 빨리 달려!" 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서두르는 부모들. 스스로 걸어 본 경험이 없는 아이가 과연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한번 넘어지면, 일어설 줄은 알까?


정말로 달려야 할 때, 지쳐서 쓰러지는 아이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 채, 꿈을 꿀 시간도 없이 뺑뺑이 학원 수업을 듣는 아이들. 과연 이 악순환은 어떻게 끊어야 하는걸까?


옆 집 아이보다 성적이 더 좋아야 하고, 아이의 행복보다는 부모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우선시 되는 듯한 한국의 교육 풍토.


아이의 진정한 성장보다는 보이는 결과를 중시하는 학원의 교육 시스템. 그런 학원들에 수요가 몰리니, 점점 더 그런 학원들로 채워지고 있는 한국의 학원 문화.




 "오늘 연습을 못한 지 이틀 째예요. 바이올린 배우고부터 연습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어요. 연습을 이틀이나 못했다니! 3일이나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오늘 밤엔 꼭 연습을 하고 잘 거예요."


전공을 하지 않을 건데도, 바이올린을 한국까지 들고 와 매일 연습을 하는 중1 조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는 아이들 vs "넌 이거 해야 해."라고 해야 할 것을 할당받는 아이들.


과연 어떤 게 옳은 교육일까? 정답은 없다. 이것 또한 선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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