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어렵게 쓰여진 글

by 정젤리

copyright2015.JSH.all rights reserved.


어렵게 쓰여진 글


글 쓰는 사람은 첫 문장을 두고 오래 고민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해야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누구는 펜촉에 잉크가 마르는 줄도 모르고 이 밤 내내 애태우며 지새웠을 거고, 또 누구는 펜 마를 새 없이 여러 장 적고 찢기를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날이 새고, 까맣게 빈 종이만 남고 나서야 작가는 정금같은 문장 한 조각을 얻는다.





저기까지 쓰고 나는 저장 버튼을 누르고 도망치듯 핸드폰을 놓았다. 글을 쓰고 싶어했으면서, 좋은 문장을 꼭 하나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으면서도 막상 그런 자리가 생기자 피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내 문장은 소나기에 나오는 생무 같아서 누군가 읽고 아 쓰다 하고 던져놓을까 봐 그러면 나는 그래 참 쓰다 하고 더 멀리 던져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면 나는 어쩌지. 그렇다고 내내 글을 서랍에다가만 두었다가는 나는 부끄럼 많은 작가가 아니라 부끄럼 많은 사람이 될 텐데.


이런저런 걱정들이 모여 글 몇 줄이 되었다. 여러 날 내내 고민했지만 좋은 문장 한 줄은 고사하고 더들더들한 새끼줄 같은 글이네. 참 이상하지. 어느 날은 몇 줄이고 이어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날은 좀처럼 오지 않아. 몇 번의 밤이 지나고 다시 저녁. 새카맣게 빈 종이와 새카맣게 탄 마음이 남았다.


그리고 나는 부끄럼 많은 작가나마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안녕하세요

사소한 글 쓰는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글쓰기를 위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