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위한 글
대리님이 작가노트를 적어달라고 하셨다. 작가노트라니 아직 작가 글자에 잉크도 안 마른 것 같은데 무슨 노트요?
사실 별 특별한 글은 아니고 그냥 전시작품에 대한 설명 대여섯 줄이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 대여섯 줄 쓰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빈 종이에 몇 자 끼적이다가 결국 여기에 썼다 지웠다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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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존재의 이유 를 묻는 인간에 대한 신의 다정한 대답이다. 삶의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께 따지듯 물어보았다. 나를 왜 만드셨는지, 내가 어쩌면 좋을지, 혹여 나는 신의 소모품이 아닌지.
삶은 언제나 오르막길이고 한 걸음 다음 걸음 걷기도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나는 이번 여름에 설악산 울산바위를 다녀왔다. 등산은커녕 운동도 즐기지 않는 내게 울산바위 가는 길은 삶의 비유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내내,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어때 아름답지 않니. 내가 너는 바위틈에 핀 꽃 같다고 했지. 진짜 바위틈에 핀 꽃을 보여주고 싶었어. 나는 세상을 짓고 너를 위해서 모든 것을 만들었어. 그 중에는 걸어 올라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있단다. 참 아름답지. 내가 널 위해서 만든 거야.
마침내 닿은 울산바위는 그냥 멋진 바위였다. 사실 우리의 목적지는 울산바위가 아니라 다시 산을 내려가서 돌아갈 우리 집이었다는 걸 울산바위에 도착해서 알았다.
내려가는 내내, 하나님은 노래하듯 말씀하셨다. 거봐, 내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네가 보았지. 나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만들었단다. 너는 내내 사랑하고 사랑받으렴. 그리고 나와 함께 좁고 아름다운 길을 내내 걸어서 마침내 나에게로 오는 거야.
이번 전시는 내 우문에 대한 하나님의 현답이다.
삶의 오르막길을 지나시는 분들께 내 그림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