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고찰
1.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보통의 말로 하자면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좀 더 깊이 말하자면 내 안에서 나온 글자 수만큼
내 안으로 들어간 글자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아주 진부한 격언을
나는 책을 한동안 보지 못하고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2.
그래서 나는 새해에는 책을 읽기로 다짐했다.
배울 수 있는 - 아직까지 내 머릿속에 기초가 남아있는 - 모든 언어로 된 책들을 읽어보아야지 까지 생각이 오자
그 동안 얼마나 내가 글자를 멀리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발끝을 모으고 반성했다. 책을 한 권 뽑자 마음에서 먼지가 뽀얗게 일었다. 아 글자란 얼마나 낭만적인 수단인지 몰라.
3.
글을 좀 읽고 보니 다시 글을 몇 자 적을 마음이 들었다.
글자를 새로 알게 된 사람처럼 호들갑스러워져서
나는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실을 뽑고 수도 놓는다.
글자 ㅅ과 ㅏ와 ㄴ을 함께 놓으면
이내 글자는 마음 속에서 굽이굽이 몰아치며 머리를 하늘에 담그고 발 아래로부터 생명을 기르는 산이 되어 돌아온다.
나는 이 새삼스러움에 괜히 몸을 떨었다.
4.
그래서 나는 좀 더 많이 글을 읽기로 했다.
아주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글자를 위해 채워진 공간뿐 아니라 비워진 공간들까지 샅샅이 들이쉬며 읽기로 했다.
좋은 글들은 돌아갈 수 없는 별에서 온 편지 같아.
내 작은 방의 책장이 책들이 애틋해졌다.
처음 책을 쓰던 작가의 마음의 무게가 고스란히
내가 마주한 글자들에 녹아있다.
5.
그러니까 책을 읽는다는 건
추운 날에는 추워하는 게 아닐까.
책장 앞에 선 맨발이 시려서
나는 다시 발끝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