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여러 번 보내는 편지

by 정젤리

응원


나는 그림그리는 사람이지만, 그림을 시작한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처음 붓을 들었던 순간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내가 처음 색칠한 건 갈색 고슴도치였다. 나는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겠지만, 그 때의 붓 감촉은 내내 잊기 어려울 것 같다.


누구나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가 있다. 망칠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 수도 있고, 유레카를 외치며 맨몸으로 목욕탕을 뛰어나가고 싶어질 수도 있다. 여기 써있는 모든 기분이 다 들 수도 있다. 나는 그랬었다. 일곱 살엔가 처음 피아노건반을 누르던 때도 그랬고, 생일 선물로 받은 풀룻을 처음 불었을 때, 처음 소리를 제대로 냈을 때도 그랬다.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처음 교복을 입을 때도 그랬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시작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언제든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세요. 나는 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당신의 시작이 언제이든 상관없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음엔 다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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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나를 좋아해주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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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다 보면, 때로는 내가 그림을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직업으로 삼게 되면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내가 그림을 사랑하는 만큼 그림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슬픈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혹시 지금 혹은 나중에라도 그런 기분이 들거든, 다시 이 편지를 찾아와주세요.

그리고 내가 내 첫 번째 고슴도치를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의 처음을 생각해주세요. 혹시 그래도 여전히 그런 기분이 든다면, 나를 생각해주세요. 나는 당신을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사진은 친한 언니가 찍은 장미덩굴.

이렇게나 많은 장미가 있는 줄 이제 알았네.

그 많은 장미들이 다 이렇게나 아름다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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