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시간을 타고 가는 길

by 정젤리


마지막으로 붓을 놓고 나서는

며칠째 손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요 며칠은 펜마우스 주변에서 좀 서성였고

어제는 색연필을 좀 만지작거렸으나

그마저도 얼마 잡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그렇게 그야말로 별 일 없이 나는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은

시간 위에 올라타는 일.

어제와 그저께가 건너편으로 멀어져가고

지나간 자리에서는 새벽 냄새가 났다.

나는 고요히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은

시간 위에 올라타

저 먼 데를 보는 일.

시선이 저 멀리 두는 것이 오랜만이다

목이며 어깨가 바득바득 소리를 냈고

그마저도 낯선 것이 기분이 묘했다.

하늘이며 산이며 하는 것들이

저 먼 데서 내 시선을 타고

이제야 이제야 하며 왔다.


나는 붓자루가 바짝 말라서야 붓 앞에 왔다.

붓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냥 그 앞에 턱을 괴고 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은

시간 위에 올라타는 일.

별 희한한 문장들이 노래처럼 머릿속을 돌다

이런 글이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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