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길의 갈래는 바오밥나무 가지처럼 많고

by 정젤리


우리는 날마다 그 가지 끝에 서 있다.




헤어지는 일은 갑작스럽다.

그게 무서워서 나는 벽을 몇 겹 두르고 다니지만

나도 몰래 벽이 무너지고

벽 너머의 당신도 떠날 때가 되었다.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가는데

내 마음의 시간만 더디 가서 서운한 오늘.


당신은

다정하고

배려가 많고

따뜻하고

잔정이 많고


여기까지 쓰니 당신이 좀 더 새삼스럽다.

고만고만한 글자들이 모여 따뜻한 온도가 되고

만져지는 따뜻함이 낯익고 또 설어서

나는 당신을 어떻게 놓아야할지 잘 모르겠다.


만나는 일은 또한 헤어지는 일.

기쁘게 헤어지는 일은 또 기쁘게 만나는 일.

나는 당신과 또 인사하기로 해놓고

먼 만큼 먼 것은 아니라고도 해 놓고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고 말 주변을 돌았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마음의 뜰을 거닐다 보면

나는 당신을 만나고 또 당신을 만난다.


여전히 헤어지는 일은

내 안의 모래성을 넘어

떠나는 당신에게 손을 흔드는 일.

헤어질 때의 안녕도 편안할 안에 편안할 녕 을 쓰겠지.

그러면 나는 당신에게 안녕을 말할 때마다

당신의 편안을 빈 셈이다.


헤어지는 일은 말을 길게 치장하는 일

안녕 잘 가요

몇 가지 말을 더 붙이려다 그만두었다.

내 축복의 말은 이렇게나 단촐하다

당신이 들어도 좋지만 듣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신이 내 인사를 들으셨기를

길어지는 당신의 그림자가

내내 좋은 길 위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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