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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기 2.

by Jellyjung

9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몇 번의 기내식을 먹었다. 그중에서 바질 파스타는 먹어본 적 없는 생소한 맛이었다. 여행이란 각자의 정의가 있겠지만 새로운 경험과 음식을 맛보는 재미 또한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나긴 비행을 마치고 카타르 공항에 도착했다. 아직은 일행들과 서먹하지만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따라다녔다. 공항 안에서 3시간여의 체류 시간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해가 떠올랐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여겼을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새벽에 눈을 떠본 지가 참 오랜만이었다.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9시간의 비행 후에 다시 7시간의 비행은 조금씩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가 반복하듯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옆 자리에는 영국 여성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앉아 있었다. 귓가에 영어 문장이 쏟아진다. 일행들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가 귓가에 들리는 말소리에 자동반응하듯 귀 기울이는 시간이었다.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여러 문장의 조합을 해석해 보니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소극적인 남자 친구에 대한 불만 혹은 서로의 상담이 이어지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사는 것은 비슷하구나 느끼며 속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1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바르셀로나 공항에 입국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첫 번째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첫 번째 여행지로 향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타고 몬세라트수도원으로 출발했다. 가이드는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여행지에 대한 역사와 장소에 대한 설명과 곁들여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여행지로 향했다. 설명을 듣고 난 후 처음 들어보는 가곡을 들으며 스멀스멀 설레는 감정이 올라왔다. 안토니오 가우디에게 영감을 줬다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주변 풍경 아름다웠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현지 커플에게 시선이 멈췄다.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보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아름다운 두 커플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은 충동이었다. 맞는 문장인지도 모르겠지만 바디랭귀지와 섞어 사진을 촬영해 줘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몇 장을 담았다. 한참 인물사진에 빠진 이후 처음으로 담아본 외국인 모델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마치고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첫날의 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둘째 날 아침 식사를 하며 일행들에게 다가가 소개를 한다. "나도 사실 대학생이 이야" 놀란 눈치의 친구들과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고 식사를 같이 하면서 여행기간 동안 점차 친해져 하루하루 여행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저녁마다 술을 함께 마시며 몇 날 며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행 이후에도 몇 년 동안은 톡방을 만들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다. 메인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성가족 성당에 다다랐다. 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장소를 실제로 보고 난 감상평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감동적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한 사람의 여정에서 이토록 위대한 미완성 작품을 남길 수 있다니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후의 장소와 여행지는 보너스 트랙에 가까웠다. 이미 이 순간 여행이 끝난 것 같은 감정이었다. 현지 음식으로 맛본 빠에야와 하몽 그리고 매 끼니마다 나오는 올리브 오일과 발시믹 소스에 곁들인 베이컨과 샐러드까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거쳐서, 론다를 지나왔다. 김태희 배우가 광고촬영 했다는 세비야 광장과 세비아 대성당을 지나왔으며 세비아에서 관람한 플라멩코 공연 또한 감동적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마시는 샹그릴라(과일주)의 맛 또한 상큼하면서 톡 쏘는 탄산수의 결합 또한 일품이었다. 시차가 한 시간 느려지는 인근 나라 포르투갈에 도착해서 파티마 성당을 지나서 몇 군데 투어를 마친 후 다시 스페인 톨레도를 지나 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 등 도시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다.


여행 자체도 즐거웠지만 추억담을 계속해서 간직하며 이야기 나누고 사진을 공유한다. 스페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직접 여행한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추억과 에피소드를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마치 이것은 좋아하는 음악이나 가수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 음악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며 듣는 것과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참맛은 이처럼 잊히지 않는 추억이라 생각한다. 일상에 찌들어서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지칠 때 한 번씩 꺼내먹는 달콤 씁쓸한 초콜릿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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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을 가져 봤고 오랜 기간 공부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상적인 삶을 꿈꿔오다 사진을 만났다. 그 안에서 삶의 여러 의미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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