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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공 Feb 03. 2023

EP 04: 술이 있는 밤

[서촌 예찬] 한 잔, 좋아하시나요? 

[서촌 예찬] EP 04: 서촌의 술

서촌 3년차. 지낼 수록 정이 들고, 발견할 매력은 많다. 서촌을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에세이. 


서촌의 술

 서촌의 위스키, 서촌의 와인, 서촌의 막걸리, 서촌의 맥주, 서촌의 이자카야. 대단한 애주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잔씩 마시는 일은 즐겁다. 그리고 서촌은 한 잔 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정말 많이 아끼는 곳만 소개한다. 우선 서촌에는 괜찮은 위스키바가 많다. 그 중에 가장 탑티어는 아무래도 코블러가 아닐까. 영화 <소공녀>에서 이솜이 서울에 갈 곳이 없음을 한탄하면서도 위스키를 한잔 기울이던 바로 그 곳. 어둑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기가 맞나 싶은 곳에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코블러바가 있다. 외부에서는 잘 알 수 없지만 내부는 상당히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아늑하고 폭신한 의자와 시시때때로 알맞는 안주를 내어주신다. 고양이라면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어비스로 향해야 한다. 어비스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길냥이들이 반겨주는데, 바테이블에도 고양이가 앉아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순한냥이도 있지만 만지면 단호하게 냥냥펀치를 날리는 턱시도냥이도 있으니 주의할 것. 고양이와 위스키와 초콜릿까지. 좋은 것과 좋은 것을 더하면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코블러와 어비스 모두 메뉴판이 없는 위스키바라는 것이 특징이다. 한잔에 2만원 ~ 4만원 정도 예상하면 될 것 같다. 원하는 위스키가 있다면 그 것을 부탁드려도 되고, 비슷한 장르의 위스키를 추천받거나 기분에 따라 새로운 시그니처 칵테일을 소개받아도 좋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자주 가기는 어렵지만 언젠가는 단골이 되고 싶어 생각날 때마다 종종 들리게 된다.

  서촌에는 정말 괜찮은 와인바들이 많지만, 사실 와인의 경우 와인샵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집에와서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와인바들도 있지만 와인샵도 많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와인포레에 제법 괜찮은 와인과 수제맥주 라인업들이 있어 단골처럼 드나들었다. 와인은 역시 특가일 때 사서 마셔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신기한 지역 와인들을 도전해보고 싶다면, 카페 네스트의 와인샵으로 가보자. 이 곳은 와인 전문 매장은 아니고 각종 향신료, 파스타재료, 화장품 등등을 브런치 카페 한켠에 파는데 슥 둘러 보아도 전통주부터 처음 보는 와인까지 집들이 선물로 사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중경삼림같은 홍콩 감성을 좋아한다면 아디오도시. 어두운 조명 아래서 분위기를 잡을 일이 있다면 가야한다. 워낙 예약이 어렵지만 팔마라고 하는 타코 전문점, 안주가 맛있는 심퍼시쿠시, 파틱은 간단하게 와인 한잔하기 좋아보인다. 


  서촌하면 한옥, 한옥하면 막걸리. 비오는날 서촌에서 막걸리 한잔이 생각 난다면 지체없이 추천하고 싶은 잘빠진메밀이다. 겨울에 한정으로 파는 만두전골이 시그니처인데, 안타깝게도 전골은 포장이 안되고 늘 웨이팅이 상당하다. 추운날 웨이팅까지 해야한다니 상당히 지칠 수는 있지만 전통주 샘플러와 만두전골을 먹어보면 왜 늘 인기가 있는지 알만하다.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종류별로 도장깨기 할 계획이라면 서촌가락이다. 이 곳은 정말로 맛집이다. 특히 인왕산을 등반하고 막거리 한잔을 마시기 위해 향한 사람들로 가득한데, 손글씨로 슥슥 적어내려간 메뉴판과 특유의 분위기가 이 곳이 바로 서촌이구나 싶다. 오늘은 취해야겠다, 그런데 맛있게 취하고싶다면 서촌 안주마을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 무시무시한 웨이팅으로 3~4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곳은 포장이 되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어떤 술집에서도 본적없는 해산물 메뉴들, 청어알 비빔밥이나 통오징어구이, 바지락전과 같은 메뉴들이 막걸리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주종 안가리고 취하게 된다.



  엄청 취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분위기잡고 비싼 술 마시고 싶은 것도 아니라면 여름밤 생각나는 시원한 맥주가 아니겠는가. 맥주와는 치킨, 버거, 피자집을 소개하고 싶다. 서촌 외에도 지점이 여러곳 있지만, 인근 직장인들이 적당한 수제맥주집을 찾는다면 핸드앤몰트 탭룸이 있다. 감자튀김, 나쵸, 치킨과 함께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간단하게 한잔 하거나 회식 2차로 오기에도 적당하다. 서촌에 처음 왔을 때 골목을 지나면서 여기 한 번 꼭 와바야지 했던 곳이 있는데, 바로 독특한 인테리어와 날씨 좋은 날 창가에 앉아 열린 공간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몰림이다. 이 곳 역시 수제맥주를 파는 곳이고, 1층의 창가석도 2층의 한옥뷰도 좋다. 상당히 맛있는 안주들 사이로 지옥에서 온 버팔로윙인가 하는 메뉴가 있는데, 타바스코를 사랑한다면 먹어봐도 좋다, 아니면 인생에 신선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먹어도 좋다. 그러니까 맵고 시고 달고 짜고 온갖 말도 안되는 맛과 향이 한꺼번에 지옥을 선사해준다. 그 외에 파스타류나 다양하고 맛있는 안주류가 있다. 바로 옆 같은 골목의 버거드조선은 한옥에서 버거를 파는 새로운 조합인데 수제버거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 아보카도가 들어가고 패티가 살아있는 신선한 버거와 감자튀김은 맥주와는 늘 알맞는 조합이다. 조금은 독특한 치맥을 경험하고 싶다면 효도치킨의 꽈리멸 치킨과 생맥주도 괜찮다. 꽈리고추와 멸치라니 전통의 밥반찬 베이스와 치킨이 짭쪼름하게 어울리는 것이 왜 이름이 효도치킨인지 알만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강치킨, 미락치킨도 서촌일대에 있으니 프랜차이즈 치킨이 지겨워졌다면 새로운 치킨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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