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포스트카드: 유럽] 포르투의 풍경
[여행과 포스트카드: 유럽] EP 01: 포르투, 포르투, 포르투갈
기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은 유럽 도시의 한 장면을 짤막한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러니까 믿을 수 없지만 2020년이 벌써 3년 전이 되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3년 동안이나 우리를 괴롭히게 될지 상상도 못했던 2020년 1월에 다녀온 여행이다.
2020년 새해,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2010년도에 벌어진 일들을 마음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10년을 다짐했다. 7년 간의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가는 귀국 날짜를 정했고, 정든 사람들, 일, 익숙한 거리, 모든 것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도 있었다. 가족들과도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고,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은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시도해보기에 꽤 괜찮은 시장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물론 당시의 이상적인 시나리오와 현실은 꽤나 차이가 있었지만..)
다시 포르투갈 여행으로 돌아와서, 그러니까 그 때는 설날 연휴였다. 나는 대사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대사관의 가장 좋은 점은 한국 휴일에도, 영국 휴일에도 쉰다는 점이다. 영국에 살고 있지만 설 연휴에 휴가를 갈 수 있다니, 다시 생각해도 행복하다. 앞뒤로 연차를 붙여서 4일 동안 포르투로 떠났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친구와 둘이 함께였다. 나는 귀국을 앞두고 있고, 친구는 네덜란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바톤터치라고 할까, 타지생활의 이런저런 즐거움과 서러움도 나누고 설 연휴도 함께 보내고 겸사겸사가 되었다.
포르투갈은 워낙에 추천을 많이 받은 여행지다. 우선 물가도 싸고, 유럽에서 출발하면 저가항공이 많아서 비행기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고, 넓고 쾌적한 숙소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예쁜 건축물과 풍경은 물론 포트 와인과 에그타르트, 풍부한 해산물과 따뜻한 날씨까지 여행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실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어 리스본으로 향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도우로 강변의 예쁜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하게 되면서 포르투로 여행지를 정하게 되었다.
친구보다 조금 먼저 체크인해서 본 숙소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미 기분이 좋아졌다. 아마 사무실을 탈출했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 색감부터 아름다운 풍경, 좋은 날씨의 환상적인 콜라보에 행복감이 엄청나게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에어비엔비에서는 포트와인을 서비스로 주셨고,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우버이츠에서 포케를 시켜 먹었다. 포르투갈에서도 우버이츠는 빠른 배달을 제공하고........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여행지까지 가서 왜 배달이냐고 해도 할 말은 없다. )
친구가 도착하고나서부터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음식은 최고다. 정말로! 맛좋은 해산물과 와인의 천국이다. 깔라마리, 문어, 새우에 와인 첫날부터 야경을 바라보며 제대로 먹었다. 포르투갈의 음식에는 맥주나 와인이 빠질 수가 없다. 짭짤한 간과 해산물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사진만 봤는데도 다시 생각난다. 스페인 음식은 그래도 한국에 조금 들어와있는데, 포르투갈 음식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제대로 된 포르투갈 음식점의 해산물 요리와 와인이 생각난다.
스페인에 가면 츄러스를 먹는 것 처럼 포르투갈에 가면 에그타르트를 먹어야한다. 따끈하게 갓 나온 에그타르트의 바삭한 패스츄리의 식감이 생각난다. 포르투 시내에는 장인이 만드는 유명한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집들이 꽤 많이 있다. 솔직히 실패없이 다 맛있다. 대사관에서 친하게 지냈던 분이 포르투갈어 전공을 하시고 포르투에서 살기도 하셔서 카페와 맛집을 추천 받아왔었는데, 그 때 들렸던 정말 동네에 있던 로컬카페에서도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음식 때문이라도 충분히 다시 갈만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하지 못한 점이다. 하루종일 시간을 내어야하는데, 다음에 포르투갈에 다시 갈 일이 생긴다면 꼭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싶다. 와이너리 투어 자체는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해보았는데, 포르투의 와이너리 투어의 특징은 포트와인의 성지를 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인심좋은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몇잔 마시다보면 투어가 끝날 즘에는 상당히 기분좋게 취해있을 것이다.
포르투 여행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몇몇 있다. 파스텔톤 색감의 아기자기한 건물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던 렐루서점, 노을과 야경이 잊혀지지 않는 동루이스 다리까지. 특히나 기차역 앞에서 보았던 풍경은, 상당히 이국적이라서, 분명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왔는데도 친구와 함께 "와 유럽같다" 를 연신 외쳤다. 유럽이지만, 정말 유럽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우로 강과 해변이 만나는 포르투의 근교였다. 장난감처럼 생긴 트램을 타고 도착한 곳엔 야자수 천국이 있었다.
칙칙한 영국의 겨울을 떠나서 온 포르투갈에 이렇게 맑은 하늘과 반짝이는 바다가 기다릴 줄이야.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예쁜 풍경에 저절로 멍 때리게 되는 풍경이다. 나무 한그루 마저 아름답고, 감상에 빠지기 좋다. 이런 풍경이라면 일상도 금방 행복해지지 않을까. 역시 사람은 좋은 것을 보고 좋은 날씨에서 살아야하는 것 아닌가. 꽤 오랜시간 동안 이 곳에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 순간의 감사함을 느끼고, 앞으로 즐겁게 살아갈 힘을 주는 풍경이다. 포르투갈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이제는 다시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먼 곳이 되어버린! 유럽 여행기를 아주 늦게나마 조금씩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