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is nice! 휴가로 떠난 코트다쥐르(Coted'Azur)에서는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아름다운 거리와 여유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한없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본다. 이 곳은 프랑스의 남부, 대표 휴양지인 니스다.
20대 중 언제로 가장 돌아가고 싶냐고 하면 나는 아무래도 23살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열정적이고, 꿈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주변에는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이 넘쳐서, 그들과 함께한 시간과 대화가 좋았다. 영화를 공부하는 스스로가 좋았고, 워털루 도서관에서 밤을 새는 일도, 플랏메이트들과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도, 영화제에서 일하는 일도, 하나하나 설레고 즐거웠다. 새로운 기회와 경험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기분. 나의 꿈은 허상이 아니라 현실이었고, 그렇게 꿈같은 일들의 중심에서 20대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한 학기를 마치고, 이스터 방학에 휴양지로 떠난 곳이 바로 니스였다. 니스는 영국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여행지로, 니스의 해변에는 Promenade Des Anglais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을 정도다. 칙칙하고 어두운 영국의 겨울을 힘겹게 보낸 후 맞이한 프랑스 남부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4월 1일, 나는 바닷가에 있던 파란색 의자에 앉아서 일기장을 펴고,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풍경을 보았다고 적었다.
화려한 모나코 왕국
둘째날은 버스를 타고 모나코로 떠났다. 정말 근처라 한 시간도 안되어 도착했는데, 몬테 카를로 카지노부터 화려함이 넘쳐흐른다. 그야말로 Lavish한 나라다. 인구의 1/3이 백만장자라고 하는데, 거리며 차며 온갖 명품가게들과 럭셔리함으로 가득차있다. 나와 친구가 모나코의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진작에 해파리에 잔뜩 빠져있었기도 했고 다양한 해양생물을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모나코의 아쿠아리움은 규모도 크고 해양생물의 종류도 많아서 즐겁게 관람했다. 아쿠아리움의 건물과 내부도 상당히 화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해서 발코니에서 바다와 가정집을 내려다보며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지? 매일 살면 똑같을까?" 하는 대화들을 나눴던 기억이 있다.
굴과 빠에야
니스의 물가는 전반적으로 비싸다. 관광지라서 특히 해변가에 있는 음식점에서는 굉장히 비쌌다. 샴페인과 함께하는 생굴요리를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쌓아놓고 먹는 굴을 여기서는 저렇게 6알에 30유로는 했던 기억. 레몬즙을짜서 타바스코 소스에 상큼하게 먹고 샴페인과 함께하면 일품이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서 특별하게 여행을 가서나 시험이 끝나고나 친구들과 Oyster 먹으러 가자고하고 마음먹고 갔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굴에 따라서 더 milky한 굴, smoky한 굴 등 어느 지역에서 나온 굴 별로 가격이 다르기까지 했으니, 나라 별로 음식의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스페인 음식이긴 하지만 바다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야지하고 시켰던 빠에야는 제법 맛있었다. 엄청나게 양이 많고 그만큼 비싸게 먹었던 기억, 기분은 좋지만, 역시 여행이 좋은 이유는 돈을 쓰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던 철없고 행복했던 날이었다.
Cannes의 카페
남부 프랑스까지 왔는데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 Cannes에 안갈 수 있을까! 친구는 일정이 맞지 않아서 먼저 돌아가고, 나는 다음날 기차를 타고 깐느로 향했다. Gare de Cannes라는 글자만 봐도 설렜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 깐느 영화제에 가는 것도 버킷리스트의 하나인데, 아직도 못가봤다. 앞으로도 갈 수 있을 때가 오겠지! 여행으로 갔던 영화제 기간이 아닌 칸에서는 쇼핑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축제의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인상적인 장면이 많지는 않았지만,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영화와 관련 된 컨셉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Warner Cafe라고 적혀있는 곳의 맞은편 페퍼로니라는 식당에서 혼자 피자와 맥주를 한 잔 했고, 태블릿을 펼쳐서 그 때도 일기를 썼다. 깐느를 두고 "도시 전체가 그리고 도시 전체에 펼쳐진 '유명인'이라고 하는 전시품들이 이 도시를 갤러리처럼 만들지는 모르겠다" 라고 하는 인상을 받았던 걸 보니, 도시 자체의 매력보다는 포장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은 니스로 돌아와서 시내의 뮤지엄을 둘러 보았다. Théâtre de la Photographie et de l'Image (사진과 이미지 박물관)에서는 니스를 배경으로 한 사진전에서 아녜스 바르다의 사진을 만나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과 딱 붙어있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그녀의 인생이 멋져서, 따로 영어 이름이 없음에도 영어 닉네임을 꼭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는 Agnes를 이름으로 정하기도 했다. 샤갈 뮤지엄에서는 로맨티스트인, 장수한,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이 아름다운 것으로 대표되는 샤갈, 사랑과 종교를 주제로 한 샤갈의 그림들을 한참동안 관람했다. 남은 시간은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테라스에 앉아 니스식 샐러드(Salade niçoise)를 먹었다. 니스식 샐러드의 특징은 참치가 들어간다는 점 정도.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에 참치를 곁들여서 먹었다. 그렇게 앉아서 포스트카드에 편지를 써내려갔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쨍한 햇살과 바다를 만나러간 니스에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돌아왔던, 그 때를 조금은 그리워하면서, 다시 또 갈날을 기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