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료로 안 줘도 되니깐 증명하기 싫어요.
어느날부터 OTP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빛에 비춰보고 이리저리 돌려봐도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
OTP라는것이 시간이 지나면 번호가 갱신 되기 때문에 이체할때 시간이 지나버리는 것은 다반사 였다.
나중에는 사진을 찍어 확대하는 방향으로 봤지만 너무 번거로웠다.
저시력을 위해 검은바탕에 흰글씨로 표시되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혹시나 OTP 대안이 있을지 살펴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시각장애인용 OTP가 따로 있었다.
DTP에 이어폰을 꽂으면 소리로 읽어주는 기기였다.
기쁜 마음에 은행을 찾았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OTP가 있는지 물었다.
“아.. 잠시만요..”
은행 직원은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으로 주변 직원에게 묻기도 하고 전화도 해보았다.
이윽고.. “아 고객님 찾았구요. 영업점에는 지금 재고가 없어서.. 혹시 다시 방문 요청 드려도 될까요?”
재고가 없는 것은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직원의 안내멘트에 조금 기분이 상했다.
“혹시 복지카드 가지고 계신가요?”
분명히 직원의 응대는 친절하고 좋았다.
하지만 복지카드를 보여달라는 말에는 여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장애인이 쓰는 물건을 내보내야하니 당신이 장애인인 것을 증명해라’
우리사회는 알게 모르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눠야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논리라면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는 복지카드를 찍고 이용해야 한다.
물론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OTP는 찾는 사람이 적고 최소 수량만 만들어서 배포하기 때문에 행정적인 효율을 위해서 그 럴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신청 즉시 발급할 수 없고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까지 양해할 수 있었다.
복지카드 제시 여부는 분명 행정적 효율성 보다는 감히 차별의 의미가 좀 더 크다는 것으로 생각 된다.
이후 OTP 받기 전날 그 친절한 직원분이 연락을 주셨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기기 발급시 장애인증명서도 같이 제출 부탁 드릴께요. 시각장애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점 방문 후 나의 기분 상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장애인 증명서까지 내야한다는데에 불만을 제기했다.
“고객님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도 지침대로 하는 일이라서요.”
처음부터 직원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런 가이드를 설계한 사람에게도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잘 몰라서” 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장애인을 위한 제품, 정책, 서비스는 없는 것 보다 낫겠지만 이를 통해 서비스 대상자를 선별하고 구분하는데 또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유니버설 마인드”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기능을 부여하기 보다는 제품 기획시 처음부터 접근성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이 OTP 역시 설계 부터 이어폰 구멍을 장착해도 된다. 꼭 장애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저시력자 등 시력이 점점 약해지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예산의 문제 보급의 문제 때문에 구분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OTP 선택의 옵션을 주어야 한다.
단지 형태 구분에 일반 혹은 보이스로 표기하여 안내해주면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보이스 OTP의 보급이 늘어 재고 관리가 어렵다면? 복지카드나 장애인 증명서를 받지 말자.
보이스 OTP는 무상이었다. 일반은 몇 천원 받던데 보이스는 무료였다.
그래서 선별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나도 돈 있다.
OTP값의 2배를 지불해도 좋으니 더이상 장애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강요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