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우주 Jul 03. 2022

키오스크가 무섭다.

새 정부 홈페이지 접근성에 대해..

키오스크가 무섭다.

얼마전 자주 가던 카페가 키오스크만 주문을 받겠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다.

나는 키오스크가 불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웹과 모바일UI를 설계하고 직접 코딩하기도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흰 바탕에 뿜어져나오는 빛과 흐릿한 글씨는 아예 주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함을 느낀다.

애플의 iOS, 구글의 Android UI는 어느정도 UI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메뉴의 위치나 사용자 경험을 유추하여 조작이 가능하지만 제조사 마다 다르게 만들어진 UI는 주문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키오스크 앞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다들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암묵적으로 약속된 제한 시간 내에 실행하지 않으면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다른사람에게 나의 장애로 인하여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힘든 일이다.


나와 같은 저시력자들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수 많은 어르신들이 이 키오스크 앞에서 발길을 돌린다. 

이 장벽을 경험하게되면 매우 폭력적이다는 생각이 든다.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면 나가라니..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이후로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그래서 그 효율성은 많이 개선되었을까? 오히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고객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나도 포함 된다.


세계 유수의 빅테크 기업이 접근성에 목숨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히 차별금지법과 같은 법률로 인해 어쩔수 없이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모든사용자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상관하지 않고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때 그 고객을 한명이라도 놓치지 않고 가둬 놓을 수 있다.


비대면, 4차산업 혁명, AI와 같은 키워드에 가려져 겉으로만 미래사회가 온것 처럼 코스프레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 이용에 편의를 주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것이 원칙이 아닐까.


2년전 잠실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로봇을 만났다. 그리고 비슷한 로봇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도 만났고 최근에는 우리 동네에서 팝업 스토어까지 생긴 것을 보았다.

이제는 키오스크를 넘어 바리스타까지 대신하는 시대가 되어서 너무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 이었다.

하지만 감동과 경험은 거기까지 였고 이를 깊게 향유하는 사람도 많아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키오스크도 없고 로봇 바리스타도 없는 스타벅스는 미어 터진다. 혹시 이 글을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자가 본다면 왜 다른 카페처럼 키오스크를 만들지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가 유추하기에는 파트너와 고객과의 친밀한 경험을 위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스타벅스는 키오스크 대신에 "싸이렌오더"라는 휴대폰 주문 서비스가 있는데 오히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이폰의 접근성 기능을 통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다.


앞으로 키오스크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휴대폰을 통한 주문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든지 사람이 주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전맹 시각장애인들은 로봇 카페는 못 가지만 스타벅스는 갈 수 있다.


한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고 지속적인 경영이 가능하려면 키오스크와 같은 장벽을 세우지 않고 최소한은 편리한 시스템을 두되 고객과의 스킨쉽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모두가 고객이고 사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