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아빠와 함께 글을 쓰고 있다. 매주 다음 주엔 뭘 쓸까? 주제를 정한다. 각자 아이디어를 던지다가 하나씩 건지는 식인데 보통 돌아가며 주제를 선택한다. 이번 주는 아빠가 제시한 주제다.
"나의 특별함"
아빠는 나의 특별함 또는 내가 마주한 특별한 순간 중에 선택하라고 하셨다. 둘 다 나에겐 좀 어려운 주제인데 아빠의 특별함이 궁금해져 쓰겠다고 했다.
나의 특별함이라.. 강점 이런 걸까? 나이가 40이 되어서도 나 자신은 어렵다. 아빠의 특별함은 끈기, 뚝심, 아이디어, 깊은 생각, 남다른 의지라고 생각된다. 내 동생의 특별함은 지조, 눈웃음, 동심 가득한 마음이다. 트렌디하진 않지만 한결같이 자신의 기준을 이어간다. 어렸을 땐 동생이 너무 애 같고, 또 한때는 느리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SNS도 즐겨하지 않고 최신 유행템도 잘 모르는 동생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하니 매 순간 힘들고 잘 안 맞았을 것이다. 동생은 요즘 퇴사를 고민한다. 동생의 특별함이 빛을 발하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동생과의 최근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난주 동생이 우리 딸을 봐줬다. 저녁에 전화가 왔는데 딸을 칭찬해 줄 일이 있다는 것이다.
_언니, 내가 레몬가루티백 500개를 샀는데 진짜 500개가 맞는지 셌거든. 이거 세는 거 로로가 도와줬어. 칭찬해 줘~
하나씩 다 셌는데 490개였단다.. 500개를 왜 세지? 하나씩 세는 시간과 노력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웃음이 같이 튀어나온다.(비웃음 아니다.) 한결같은 동생의 무언가가 있다.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의 특별함도 생각해 보자. 줄줄 나온다.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아직도 콩깍지가 남아있다)
우리 딸은 그림을 잘 그리고 또래 친구들에 비해 순수하고 마음이 깊고 가위질을 끈기 있게 하고 묵지빠를
잘한다. 우리 둘째도 남자아이 같지 않은 차분함과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출동구조대 영상이 보고 싶을 텐데 매번 누나가 좋아하는 영화를 옆에서 보며 기다린다. 가끔은 엄마가 누나 영화 같이 봤으니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말하면 억울해서 입을 삐죽거리지만 울거나 떼를 쓰지 않고 참는 표정이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내일은 꼭 둘째 위주의 하루를 보내야지 생각한다. 애가 둘이라 행복하고 도와주는 친정엄마가 옆에 계신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소소한 일상이 재밌는 것, 주변이 기특하고 감사한 것, 다른 사람의 특별함이 잘 느껴지는 것.
이게 나의 특별함이지 않을까 싶다. 밝은면, 좋은 면을 잘 보는 건 주변 사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도 그렇게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어둠과 슬픔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난 힘듦을 잘 내비치지 않았다. 커가며 나만의 훈련방법도 생겼다. 혼자 천천히 마음을 보다 생각을 정리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며 옅게 만든다.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큰 불만 없이 꾸준히 간다. 이런 성격에 공대가 안 맞다 안 맞다 하면서도 대학원을 가고 한 부서에서 10년 넘게 버텼나 보다.
사실은 좀 더 특별해지고 싶다.
특별한 순간도 마주하고 싶다.
더 옮겨갈 밝은 곳이 많이 남아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