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구멍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이번 주부터 강추위라더니 새벽 한기가 올라온다. 6시는 넘었을까 시계를 보니 5시 52분이다. 윤이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셨다. 출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갑갑해져 온다. 요즘 다시 가슴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병원을 갈 때가 벌써 되었나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아직 잠들어있는 세포들을 하나씩 데운다.
_윤이 님. 데이터 정리 다 되었나요?
_불량 설비 아직도 죽어있나요. trace 사항 리뷰해 주세요.
_평가 조건이 맞게 설정되었나요. 결과 정리가 부족합니다. 업무 arr 되어있는 거 맞나요.
아침에 컴퓨터를 켜자마자 쏟아지는 메신저들과 부서장의 차가운 질책에 다시 욱신거린다. 윤이는 또다시 나오는 한숨을 커피로 누르며 업무 우선순위를 메모장에 정리해 본다. 상사와 후배들 그리고 유관부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소모되는 감정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럴 거면 차라리 감정이 없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일희일비 감정이 없으면 회사생활이 편할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윤이는 마음병원을 찾았다. 요즘의 마음병원은 단순한 상담치료와 호르몬 조절 약 처방이 아니다. 뇌와 연결되어 실제 마음이 아플 때 욱신거리는 심장 윗부분의 신경이 모여있는 근육 부분을 드러내 치료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그 이후 마음통증분야는 급속도로 발전을 이루었다. 요즘의 현대인들은 누구나 가슴에 구멍을 뚫었다. 구멍 몇 개 내는 간단한 시술이면 가슴 윗 뼈에 작은 서랍을 만들 수 있고 직접 약을 바르거나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마취성분의 약을 바를 수 있게 되었다. 윤이도 이별의 아픔으로 1년간을 힘들어하다 마음병원을 처음 찾았다. 구멍을 내는 게 무서웠지만 가슴에 구멍을 내고 나니 실연의 구멍이 메워지는 것 같았다. 마음연고를 바르니 정말이지 더 이상은 아프지 않았다. 옛날 사람들은 힘들 때 찌릿한 가슴을 부여잡고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윤이는 한번 구멍을 뚫고 난 후부터는 점차 과감한 치료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괜찮았었는데 다시 컴퓨터 앞에서 힘들어지는 걸 보니 병원을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