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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제민 Jemin Chun Nov 14. 2024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순례자 일기 8 - 2024/11/13

오늘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젯밤부터 잠을 살짝 설쳤습니다. 흥분과 아쉬움의 감정이 있어서였나 봅니다.


출발 직후 만나게 된 무지개부터 왠지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면 울음이 나오고 뭔가 색다른 감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결도요. 하지만 막상 도착을 하니 순례길을 마쳤다는 후련함 이외에 울음이나 특별한 감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심 식사 때 만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매일매일 느낀 점과 깨닫게 된 점들을 자료로 만들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만났던 많은 분들이 내용에 동의해 주셨고 실생활에도 적용이 된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알게 된 점들을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도 첫 번째 세션은 11월 19일, 두 번째는 12월 19일에 잡히게 된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매일매일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깨닫게 되었던 것들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만일 매일 충실하게 지내지 못했거나, 순례 중에 나 자신과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면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도 아무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매일이 있었기에 오늘의 도착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buen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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