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효고현(兵庫県)을 의외로 잘 다루지 않았습니다. 효고현은 사케에 있어서 일본의 가장 중요한 지역이며 사케 역사의 한 중심에 있습니다.
효고현 현청소재지가 고베시이며, 그 고베에서 사케를 생산하는 곳이 바로 '나다'라는 지역입니다. 일본 3대 사케 마을이 교토의 후시미와 히로시마의 사이죠, 그리고 고베의 나다입니다. 일단 역사와 맛, 반응 등 다른 요소들을 제쳐두고 가장 사케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 바로 여기 나다입니다. 별도로 소개한 '나다고고' 편에 잘 나와 있습니다만 하쿠츠루라는 브랜드는 단 하루에 1.8리터 잇쇼빙을 28만 병 생산합니다. 외곽의 몇백 년이 지나도록 소규모로 가업을 잇고 있는 일부 명주들은 연간 1만 병이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인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생산량입니다.
고베 나다의 대표적인 양산형 사케들 - 이에노미스타일 인용
이런 초대형 양조장이 하쿠츠루 이외에도 하쿠시카, 키쿠마사무네, 니혼사카리, 사쿠라마사무네, 오제키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산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나다라는 지역이 많은 사케를 생산하는지는 아시게 되셨을 겁니다.
또 사케를 만드는 전용 쌀을 주조호적미라고 하는데 그 주조호적미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가 바로 효고현이 발상지입니다.
그러면 맛은 어떨까요?
정말 실례인 얘기인데 저 많은 양조장, 나아가서 또 하나의 사케 마을인 교토의 후시미의 키자쿠라, 겟케이칸 등의 대형 양조장들 포함해서 모두 어마어마한 생산량과 역사와 문화를 가졌음에도 순수하게 소비자가 맛으로만 평가하는 랭킹에서는 TOP 100위 안에 단 한 곳도 들어가는 곳이 없습니다.
광고나 어떤 대가를 바라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제 입장에서 효고현 사케의 칼럼을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슈잇콘 쥰마이긴죠 노노상
그러면 모든 효고현의 사케는 다 맛이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 지역 이미지 때문에 역차별받는 명주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사케를 바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효고현의 1위의 사케인 반슈잇콘입니다.
반슈잇콘(播州一献)의 브랜드를 한자로 풀어보면 반슈와 잇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효고현의 옛 지명은 2개입니다. 즉, 2개의 나라가 합해져서 지금의 효고현이 된 겁니다.
북쪽지방은 타지마(但馬)라는 지역이었고 남쪽은 하리마(播磨)라는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옛 지명 들은 하나같이 끝에 주(州)가 붙는 약칭 또는 애칭이 있습니다. 하리마의 약칭이 바로 반슈입니다. 즉 효고현의 남쪽지역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잇콘은 술 한잔을 의미합니다. 즉 하리마 지역의 술 한잔이라는 뜻이 됩니다.
킨키지역(칸사이) 효고현 시소시
산요하이 주조에서 생산하는 반슈잇콘은 효고현 사케중심인 고베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현 중심부에 세계적 문화유산인 히메지 성을 가진 히메지시 바로 위의 소도시인 시소시에서 생산됩니다. 1837년에 창업했으며 칸사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사케의 저장을 광산의 갱도에서 행하고 있습니다. 광산은 1년 내내 온도의 변화가 적어 천연 와인셀러라 불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시소시는 분지지역이라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덥습니다.
2013년도 까지는 북부 효고에 거점을 둔 타지마 토지(杜氏)가 사케를 빚고 있었지만 고령화로 은퇴를 하고 사장의 아들이 현재 토지를 이어받아 빚고 있습니다. 현재 사장은 6대째인데 기본적인 사케의 주질 콘셉트는 최대한 식사에 맞는 사케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즉 궁극의 식중주를 지향합니다. 사케가 요리보다 더 돋보이지 않도록 최고의 조연으로서의 기능을 고민합니다. 향기는 절제감 속에 투명감이 있고 입에 머금었을 때의 여운이 깨끗하게 사라지게 하는 끝맛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반슈잇콘 쥰마이 쵸카라구치
일본 최고의 주조호적미 생산지역이라 쌀의 등급은 최고일 수밖에 없고 물은 양조장 인근의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흘러나오는 복류수를 사용하며, 쌀에 물을 먹이는 침지는 초 단위로 계산되며 물을 주입하는 탱크는 소량의 사이즈만 고집하면서 일체의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양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케는 한병 한병 일일이 수작업으로 병입 해서 열처리 후 0도씨의 냉장고에서 병으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시그니처이기도 한 방식으로 양조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광산에 장기숙성을 하고 있습니다. 시소시는 90%가 산림이며 대부분이 10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입니다. 이보가와 등의 유명한 강의 발원지이며 물이 맑아 은어 축제 등이 열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