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카진(文桂人, ぶんかじん)
- 아리사와, 코치현 카미시
- 학문과 교양을 갖춘 미인이라는 뜻의 분카진
- 전량 수작업으로 연간 600석만 생산하는 소규모 양조장
- 코치현의 가다랑어를 포함한 해산물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사케
금번 칼럼 역시, 스이게이님께서 추천해 주신 사케를 채택해서 소개합니다.
이름과 스토리가 상당히 독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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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코치현의 사케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독자분의 요청이 코치현에 몰렸기 때문인데 가능하면 그 어떤 지역이든 의뢰를 주시면 최대한 최우선으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코치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명주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이번엔 코치현의 안주 얘기를 살짝 해보겠습니다.
슈토, 카츠오타다키, 사와치 요리 등이 아주 유명합니다.
코치현의 지자케들 슈토(酒盗)는 그 한자가 참 재미있는데 우리말로 굳이 풀자면 술도둑입니다. 참고로 카츠오는 우리말로 가다랑어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간장 게장을 밥도둑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코치현에서는 가다랑어의 내장으로 만든 젓갈을 슈토라 표현합니다. 본래는 카츠오부시를 만들 때 제거되는 부산물을 염장해서 숙성시킨 것으로 슈토를 매일 먹으면 입냄새가 사라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슈토(酒盗) - 아사히맥주 인용 카츠오타다키는 원래의 일본어의 의미로 가다랑어를 칼로 다진 것으로 이해해 될 수 있으나, 가다랑어 고기 자체를 다진 것이 아니라 장기 보존을 위해서 소금이나 양념장을 뿌려서 몸에 배이게 하기 위한 작업으로 살짝 두드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카츠오타다키 메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짚불로 구워서 이른바 겉바속촉으로 요리를 내어놓는 와라야키 카츠오타다키입니다.
도쿄에서도 시내에 이 짚불구이를 테마로 카츠오를 내어놓은 여러 가게를 본 적이 있으나 그 오리지널은 바로 코치현에 본사를 둔 묘진마루(明神丸)입니다. 코치현 시내에도 본사가 있고 히로메 시장 내부에도 가게가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짚불의 임팩트가 압권입니다.
사와치 요리는 전통적인 코치현의 요리인데 아주 큰 접시에 회나 해산물 요리를 듬뿍 담은 요리를 말합니다. 신에 바치던 공물요리가 발전해 온 것인데 코치현은 해산물과 가다랑어를 빼면 요리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식재료가 됩니다.
이와 더불어 당연히 코치현의 사케도 이 해산물과 어울리는 사케들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여러 유명한 사케들이 즐비한 가운데 오늘은 분카진(文佳人)이라는 코치현의 새로운 명주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분카진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보면 가인(佳人)은 미인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분(文)은 학문과 지식을 의미합니다. 코치현의 옛 지명인 토사번의 유학자인 노나카 켄잔의 재색을 겸비한 딸을 이미지화해서 2대 양조장 사장이 브랜드화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노나카 켄잔은 정치적인 이유로 실각을 해서 유폐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서도 딸은 유학과 시가, 의학까지 공부에 능통해서 나중에 명의라고 불릴 정도의 의사까지 됩니다. 말 그대로 지성을 갖춘 미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877년 코치현 카미시에서 창업을 하였으며, 분카진 (文佳人) 이외에도 나루코마이(鳴子舞)를 양조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5대째 사장 아리사와 코스케 씨가 가업을 잇고 있으며, 회사 이름도 창업가의 이름을 따서 주식회사 아리사와입니다.
연간 총생산량을 600석 정도의 규모이며 그중 300석을 특정명칭주 생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과 5명 정도의 소규모로 양조에 임하고 있으며 전량 수작업으로 사케를 빚고 있습니다.
분카진이라는 이름이 교양이 있는 미인이라는 뜻으로 알려지면서 유럽의 문학가 들 사이에서 최근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향기는 과하지 않은 정도로 절제되어 있으며, 신선한 첫맛이 특징으로 깔끔한 목 넘김이 인상적입니다. 차갑게 레이슈로도 좋고 아츠칸으로 데워마셔도 상당히 좋은 사케입니다.
그러면 분카진의 대표적 라인업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분카진 카라구치 쥰마이
주조호적미 : 마츠야마 미이(松山三井)
정미비율 : 55%
알코올 도수 : 16~17%
니혼슈도 : +7
분카진 리즐 쥰마이긴죠 아키아가리
주조호적미 : 국산미
정미비율 : 50%
알코올 도수 : 16.5%
분카진 쥰마이 아키아가리
주조호적미 : 아케보노
정미비율 : 55%
알코올 도수 : 17.5%
니혼슈도 : +5
분카진 리즐 토쿠베츠쥰마이 오리가라미
주조호적미 : 국산미
정미비율 : 55%
알코올 도수 : 16.5%
분카진 나마 시보리 미캉
원료 : 야마키타 미캉, 갑류 소주, 벌꿀
알코올 도수 : 8%
코치현은 가다랑어 잇본츠리 등 다소 투박한 남성들의 문화가 가득한 정서인데 이곳에 지성을 겸비한 미인이라는 뜻의 분카진은 상당한 임팩트를 가져다줍니다. 5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가업도 짧지 않은 역사로 전량 수작업이라는 것이 자꾸 눈길이 갑니다. 도쿄나 수도권에선 자주 만날 수 있는 사케는 아니지만 칸사이 지역이나 코치현에서 가실 일이 계시다면 이 분카진 한잔 어떠십니까?
코치현 카츠오 잇본츠리 - NHK인용